부추연 > 자유게시판 > [하야] 국민연금 못내는 사람들 470만명

[국민연금 철저해부] 연금 못내는 사람들 470만명

“직장 잃어, 소득없어”… 전체 가입자의 48%
연금 못타는 ‘노인 빈곤층’ 사회문제될 가능성

김동섭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 2004.07.13 18:20 36' / 수정 : 2004.07.13 19:02 01'

관련특집
- 국민연금 논란

전 국민의 노후 보장을 약속하며 출범한 국민연금. 정부는 88년 직장인, 95년 농어민, 99년 도시 자영업자로 연금을 확대하면서 ‘전 국민 연금시대’를 열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연금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이들과 연금 혜택을 받더라도 그 수준이 최저 생계비선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 연금 혜택의 ‘사각(死角)지대’가 점차 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4월 전체 지역가입자는 986만명. 이들 중 현재 사업중단·실직·휴직 등으로 소득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연금납부를 일시 ‘유예’ 받은 이들이 전체의 48%인 476만명에 달한다. 2년 이상 연금보험료를 안 낸 장기 미납자도 93만여명이나 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나중에 연금을 탈 나이가 돼도 제대로 연금을 못 받게 될 전망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이러한 연금 혜택 사각지대가 최소 230여만명에서 최대 490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2년 이상 미납자 93만여명과 납부예외자 중 보험료를 낸 실적이 전혀 없는 140만명을 합쳐 최소한으로 잡았고, 여기에 월 소득을 100만원 이하로 신고해 연금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칠 우려가 큰 260만명을 더한 것을 최대치로 본 결과이다. 전체 지역가입자 10명 중 최소 2명에서 최대 5명이 사실상 ‘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연금 사각지대’가 생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소득 파악이 안 되는 이들을 무리하게 연금에 편입시켰기 때문이다. 95년 농어민, 99년 도시민들을 연금에 가입시켰으나, 이들 중 절반 가량이 소득이 없다며 납부예외자로 빠졌거나, 적은 소득을 신고해 스스로 노후생활 대비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정부로서는 이들에게 소득대로 신고하라고 권유했으나, 강제로 돈을 내게 할 수 없어 결국 미납자를 양산하고 말았다.

국민연금공단의 작년 말 조사결과를 보면 연금보험료를 내고 있는 543만명 중 절반이 넘는 62.2%인 338만명이 실제 소득보다 낮게 신고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금 사각지대가 생긴 두 번째 이유는 연금제도 자체의 문제이다. 소득이 있다가 없게 되는 등 소득의 유무가 반복되는 이들을 상정한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돈 걷기 쉬운 중산층 중심으로 연금제도를 꾸려가는 우를 범했으며, 지역가입자들의 소득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연금제도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2010년이면 230만명의 노인들이 연금을 타게 된다. 하지만 젊은 날 연금을 내지 못해 아예 연금을 못 타거나, 젊은 날 연금을 적게 내 쥐꼬리만한 연금을 타게 될 이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해 우리사회의 커다란 갈등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118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