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변윤재 기자]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계의 인물, 재계의 인물들도 줄을 지어 김 전 대통령의 병실을 찾는 까닭을 나는 헤아리기가 좀 힘이 든다”고 말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폐렴으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장기입원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쾌유를 비는 각계의 방문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의아’함을 나타냈다.

김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쾌유’를 비는 병문안을 할 순 있지만, 각계각층의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것은 호남에서의 김 전 대통령의 강력한 영향력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김 교수는 1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또 다시 혼란한 한국을’이라는 제하의 글을 올리고 “정계의 인물, 재계의 인물들도 줄을 지어 김 전 대통령의 병실을 찾는 까닭을 나는 헤아리기가 좀 힘이 든다”며 “외국에서 온 대사들의 방문도 눈에 뜨인다고 하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병세가 악화돼 바깥출입이 어려운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전직·현직의 대통령들이 다 다녀갔다”면서 “만일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살하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아마도 권노갑 씨, 박지원 씨와 함께 매일 밤 그 병실을 지키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병상에 누워 벌써 여러 날, 생과 사의 사잇길을 오가는 김 전 대통령은 요새 세브란스 병원의 특별 입원실로 자신을 찾아, 병문안 하는 인사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면서 “환자 자신은 인사불성이라는데, 누구를 보려고 이 많은 지도급 인사들이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가나. 이희호 여사를 위로하기 위해서냐 아니면 수백만 호남인들에게 “나도 다녀갑니다”라고 한 마디 해야 하기 때문이냐“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내가 국민을 대신하여 한 마디 할 자격은 없지만, 솔직히 나 자신의 심경은 매우 어지럽다”며 '김 전 대통령의 병세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을 직접 방문해 “위대한 지도자였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그 말이 맞다면) 기를 쓰고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믿고 물불을 가리지 않은 1140여만의 유권자들은 안 해도 될 짓을 한 거냐”고 질타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 빚어졌던 그 혼란을 또 한 번 경험하고 싶은 거냐. 철학도 이성도 심지어 상식도 없는 한국 정치, 어디 두고 보자”고 비판했다.

한편, 35일째 입원 중인 김 전 대통령의 병실을 찾은 각계 인사는 8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김 전 대통령 비서진에 따르면 10일부터 닷새 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 대사, 시린 에바디 노벨평화상 수상자, 어린이 환경운동가인 조너선 리 군 등 각계인사들이 방문했다.

또 4일 전부터 병원 앞에서 ‘쾌유기원’촛불집회가 열리고, 외국 유명인사와 국제 시민단체 등의 문안메일도 계속되는 등 김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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