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은 재산도 명예도 권력도 아무것도 가진것은 없지만 때론 남의 기쁨이 나의 기쁨인양 반가워하고 때론 남의 슬픔이 나의 슬픔인양 함께 슬퍼하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되어 주기도 하며 이웃 간에 진한 정을 나누며 삽니다.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하며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이들 교육 잘 시키는 것, 물론 교육비도 걱정 안하는것일 테고 남편의 사업이 잘 되는 것(또는 직장에서 원만히 승진이 잘 되는 것) 그리고 가족이 모두 탈 없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지극히 선하고 소박한 것일 겝니다.
이렇듯 소박한 서민들도 선거철이 다가오면 지지하는 사람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을 놓고 유권자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분리 됩니다. 이게 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 만나면 모르는 척 하기도 하고, 상대방 지지자들을 포섭하여 한표라도 건지기 위해 무던히 애를 씁니다. 술자리도 갖게되고 고성을 지르게도 되고 폭력도 불사하는 사태도 벌어지게 됩니다.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 선거는 그래도 지엽적일 수 밖에 없으므로 아직은 작게나마 세상 사람들의 인정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맞아서는 그 양상이 180도 너무나 다르게 나타납니다. 나라가 온통 분열과 비방과 모략과 분탕질로 변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5년이란 기간동안 나라의 안녕과 질서와 살림을 믿고 맡겨야 하는 중대함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건 교과서적 원칙이고 우리나라는 좀 사정이 다른것입니다. 즉 지역적인 면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어느 지역이 발전을 하고 어느 지역이 발전을 덜 하고를 가늠하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어느 지역의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더 많이 차지하느냐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역대의 대통령 후보들이 지역타파를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모두 당선되고 나서는 오히려 지역주의를 해결하기는 커녕 더욱 심화만 시킨 결과를 우리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같은 서민들은 건국이래 8명의 대통령을 맞으면서 항상 이러한 일들을 겪어왔고 그러는 사이에 어쩔수 없는 우리의 병폐쯤으로 이제는 다소 무감각하게 흘러보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간의 갈등과 대립은 더욱 심각해지고 이제는 아예 한 민족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가지게 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슬픈일입니다.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세분의 전직 대통령을 빼놓고는 누구하나 그러한 지역적 타파를 몸소 실천한 대통령은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역주의에 본인들 스스로가 더 깊이 빠져들었다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면서 지역감정의 골은 그 절정에 이릅니다.
그런데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역감정의 기형적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호남의 몰표입니다. 선거때 마다 70%이상은 늘 있어왔던 일이고 김대중 때도 85%대였던 것이 이번 선거에서는 그 지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후보에게 역대 사상 최고인 96%의 지지율을 보인 것입니다. 그 지역에서 김대중이 출마해도 이만큼은 아닙니다. 김일성이 살아나, 북한에서 출마해도 이만큼은 아닙니다. 이만큼의 득표율은 후세인 밖에는 그동안 없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많은것을 시사하고 또한 의미케 합니다. 지금까지의 그래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싸우면서도 견딜만 했던 지역간의 감정을 지역간의 원수로 만들어 놓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호남 사람들은 자신들의 절대적 지지라는 족쇄로 노무현을 묶어놓았습니다.
여기에서 특이한 것은 지금까지는 대통령 후보가 지역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그 감정을 이용하여 목적을 달성하였지만 이번의 경우는 유권자 스스로가 지역감정을 노골적이고도 절대적으로 행사함으로써 그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주체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민족의 크나큰 비극인 것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소신을 가지고 법과 원칙을 고수하였다면 지역할거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고 감정또한 충분히 치유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법과 원칙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것이 결국 오늘 날의 사태를 가져오고 말았던 것입니다.
부정과 조작으로 청와대의 주인이 바뀌지 않았다면 법과 원칙의 실천으로 우리의 지역할거 주의와 지역 감정은 반세기 만에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한계이고 조국의 운명인가를 생각하면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국은 우리에게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라하고 그릇된 것을 제 자리에 돌려놓기를 원하고 또 명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일들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영광된 조국을 위하여 ....
2003.04.06.
영광스런 조국을 위하여
솔방울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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