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호처는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 투신 당시 동행한 이병춘(45) 청와대 경호과장이 현장을 비운 사실과 관련, "경찰이 최종 수사 발표를 한 뒤 엄정한 자체조사를 통해 경호 임무 수행상의 문제점이 있었는지 정밀하게 파악하고, 명확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수행했던 이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김세옥 경호실장이 임명해서 (봉하마을) 수행담당으로 결정된 사람"이라며 "(이 경호관이 진술을 번복한 사실과 관련해) 경찰에 명확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호 전문가들은 노 전 대통령 투신 당시 31분간의 '경호 공백'이 발생한 사실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경호원 출신 경호 전문가 A씨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재임중 청와대 안을 산책할 때도 경호원이 많이 따라오는 걸 싫어했다"며 "그래도 노 전 대통령이 사저를 나설 때 최소 3명은 따라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특히 이 과장이 노 전 대통령이 가파른 낭떠러지 옆에 혼자 서 있게 하고 3분쯤 자리를 비운 것은 "완전한 실책"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경호상 불가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사저에 있는 경호동에 사람을 더 보내달라고 지원 요청을 했어야 옳다는 것이다. A씨는 "노 전 대통령이 이 과장을 보호하려고 심부름을 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이 투신했을 때 이 과장이 몸을 던져 함께 뛰어 내릴까 봐 일부러 따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부대 경찰경호학과 조광래(50)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출두 이후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음을 감안하면 (노 전 대통령이 심부름을 시켰다 해도) 심부름을 가지 않았어야 했다"고 했다.
봉화마을 사저 경호동은 서거 당일 오전 7시12분에야 청와대에 노 전 대통령 투신 사실을 보고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전직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호원들은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전직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청와대에 보고하지는 않는다"며 "설마 이런 사태가 발생했으리라고는 꿈에도 짐작하지 못하고 보고에 앞서 수색부터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청와대 경호처는 현재 노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 각각 21명씩 경호관을 배치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경호는 본인 퇴임 후 7년간은 청와대 경호처가, 그 이후엔 경찰이 맡는다. 전직 대통령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현장 지휘권은 전담 경호부장에게 위임하고, 해당 팀에서 요청할 때만 청와대 경호처에서 인원·예산·장비 등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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