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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교장 죽음은 한국교육현장의 죽음"
예산군 교장단협 "우리교육 바로서는 계기되길"
전교조 충남지부 "안타까운 마음" 사과성 글 올려

▲사진설명 : 서승목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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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교육신념이 투철하시고 매사 치밀한 성품으로 아동교육을 위해서는 신명을 다바치신 서 교장선생님께서 참담한 결단을 내리시기까지의 고뇌에 대하여 우리는 형언할 수 없는 동병상련의 좌절을 느낍니다. 서 교장선생님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한국 교육 현장의 죽음입니다.”
충남 예산군 삽교읍 목리 보성초등학교 서승목(徐承穆·56·예산군 예산읍) 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4일 「충남 예산군 초·중등 교장단 장학협의회」는 이번 일에 대한 분노를 표시하고 동시에 우리 교육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서 교장의 부인 김순희(53)씨는 새벽 4시에 나가 오전 9시가 넘도록 서 교장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김씨는 곧바로 2㎞ 남짓한 예산군 신양면 신양리 시어머니 이모(85)씨의 집으로 서 교장을 찾아나섰다. 거의 매일처럼 아침마다 노모에게 문안인사를 가는 까닭이었다. 김씨는 특히 남편이 최근 10여일동안 기간제 여교사의 차(茶) 시중 사건으로 몹시 고민해온 사실을 알기에 불안해질 수 밖에 없었다. 노모의 집 근처를 뒤지던 김씨는 주저앉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남편이 은행나무 가지에 나일론 끈으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이었다.

부인 김씨는 경찰에서 “최근 며칠 동안 차 시중 사건으로 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무척 고민해왔다”며 “유서는 남기지 않았지만 자살할 만한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학교측 관계자도 “교장 선생님이 최근 이 일로 심한 심적 고통을 받아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 교장은 지난 89년 충남교육청으로부터 ‘제1회 충남교육대상’을 받았으며 팔순 노모를 매일 새벽 찾아볼 정도로 효심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교장과 전교조간의 갈등은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 시중을 강요해 교권을 침해하고 전교조 비하 발언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전교조 충남지부로부터 서면 사과요구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학교와 교육청 등에 따르면 문제가 처음 외부로 불거진 것은 지난달 20일. 학원 강사로 있다가 1년 예정의 기간제 교사로 계약을 체결, 올 3월 1일부터 3학년 담임을 맡아 일하다 이날 사표를 제출한 진모(여·29) 교사가 교육인적자원부와 충남교육청, 전교조 등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비롯됐다.

진 교사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3월 7일 교감이 ‘교장선생님께 잘 보여야 해. 그래서 말인데 아침에 교장선생님 차 좀 갖다드려’라고 했다. 그러나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럼 매일 아침마다 차를 갖다드리라는 소린가.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8일 어제 일로 교감에게 ‘아침활동 지도를 해야 하고 공부할 것이 많아 매일 아침 교장선생님 차 드리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고 했다. 교감은 ‘내 말을 못 알아듣는군. 진 선생 직장 생활 안해봤나?, 하기 싫으면 하지마!’라고 했다. 교실에 돌아와 마음을 다스리느라 1교시 도덕과 2교시 체육을 바꾸고, 체육은 운동장 사정이 좋지 않고 날씨가 추워 책 읽기로 대체하고 있는데, 갑자기 교장이 들어와 수업시간을 바꾸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이날 교장이 계약서를 가져오더니 ‘계약서에 보면 기타 업무 이행이 있는데 불이행시 그만둬야 해. 그리고 만약 접대 할거면 어디까지 하겠는지 말해. 교감한테는 못 하겠다고 했다며. 당돌하군. 윗사람이 시켜서 못 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전교조야. 진 선생 전교조야?’ 어이없어 ‘그럼 제가 그만두겠습니다’하니 교장, 교감이 좀 수그러들며 결국 찻잔 정리와 손님 접대 준비로 합의했다.

왜 교장에게 아침마다 차 타드리며 잘 보여야 하는지 기간제 교사의 기타업무에 손님접대가 들어가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또 교장, 교감은 기간제 수업에 참관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면서 10일부터 하루에도 몇번씩 번갈아가며 수업중 들어와 야단을 쳤다. 또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큰 소리로 겁을 줬다. 머리가 아프고 학교 갈 생각만 하면 몸서리가 쳐져 18~19일 병가 내고 결근했다. 20일 학교에 가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받자 마자, 한 마디 만류 없이 처리했다.

초등교원 수급이 특히 어려운 충남도에서 나처럼 여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접대를 강요받으며 상처 받는 기간제 교사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 글을 올린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곧바로 이 학교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20여명이 예산교육청을 찾아가 “교장이 교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윗사람이 시켰는데 못한다고 하는 사람은 전교조야’라는 등의 전교조 비하 발언을 했다”며 교장의 서면 사과와 교육청의 진상조사, 진 교사의 원상복직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25일엔 예산교육청 장학사, 서 교장, 진 교사, 전교조 관계자 등이 전교조 사무실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서 교장은 “진 교사의 복직과 계약서상 ‘접대 및 접대기구(찻잔 등) 관리 조항’ 삭제는 수용하겠으나 진 교사의 글이 사실과 다르므로 서면 사과는 할 수 없다”고 끝까지 거부했다.

서 교장은 또 예산교육청의 진상조사에서 “이 교사에게 계약서에 있는 기타업무에 관한 사항을 잘 이행하라고 주지시켰을 뿐이며 수업시간에 들어간 것은 이 교사가 중등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교내 장학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문제가 확산되자, 홍승만(洪承萬·58) 교감은 지난달 28일 충남교육청 홈페이지에 해명성 글을 올렸다.

“진 교사가 20일 사직원을 가지고 오기에 ‘처음은 어느 직장이든 다 어려운 것이니 조금만 참고 견디며 계속 근무하는 것이 어떠냐’고 만류했다. 이어 교장실에 가 만류했지만 그만 두겠다고 해 사직처리했다.

차 접대 건은 2월 27일 진 교사에게 ‘다음에 또 채용되도록 잘 보여야 돼요’라고 당부한 뒤 교장을 기다리던 중 진 교사가 ‘교감선생님 차한잔 드릴까요?’하고 물어 ‘좋지요. 교장선생님에게도 한잔 드리는 게 어떻겠어요’하니 ‘예’하면서 차 한잔을 드린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진 선생이 인터넷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고 교직에 한평생 몸바친 사람으로서 서글픔만 느껴진다.”

또 보성초등학교 홈페이지엔 ‘정신차려라’ 등 교장, 교감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10여건 올랐다. 이어 31일 전교조충남지부는 보도자료를 배포, 4월 1~2일 연합뉴스와 오마이뉴스 등에 보도되는 등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서 교장은 큰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유가족과 학교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서 교장의 자살 직후 홈페이지에 『교육현장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려고 하는 중에 뜻하지 않게 교장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또 우리의 입장을 표명하려 하기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우선 앞섭니다.』고 사과성 글을 게재했다.

전교조 충남지부의 한 관계자는 『서 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에 대해 매우 곤혹스럽다』며 『교육현장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 大田=任度赫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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