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친위사단 "박통만들기" 나선 내막
비주류 세력에 강경대응, 초·재선 중심 ‘친박’ 형성
전남 구례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비주류의원들을 향해 ‘자진탈당’을 의미하는 강공발언을 한 이후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강한 정치적 연대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무계보’라는 평가를 받아온 박 대표 주변에 정치인들의 접근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 김문수 등으로 대표되는 비주류측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한나라당내 ‘국가발전연구회(이하 발전연)’가 균열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여의도 연구소’를 중심으로 ‘친 박근혜사단’이 진용을 굳히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등이 당 차원에서의 대응을 넘어 박 대표를 지지하는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초, 재선의원들이 박 대표의 정치적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나라당은 지난 8월28일 17대 국회 두 번째 의원연찬회를 호남지역에서 개최하고 민심을 얻기 위한 ‘호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하지만 당의 전략적 움직임과는 별도로 박 대표와 비주류간 신경전이 심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연찬회에서 “과거사에 대해 수 차례 사과했는데도 계속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대표 흔들기”라며 “(비주류 일부는) 박근혜가 대표가 되면 여러 차례 탈당하겠다고 밝혔는데 말을 지키라”고 말해 사실상 비주류에 자진탈당을 요구하는 강경발언을 했다.
박 대표의 강경발언은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온 비주류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 발언으로 연찬회의 이후 일정에서 비주류측의 이렇다할 반격이 나오지 않았고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연찬회가 마무리되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상경한 이후 초, 재선의원들의 움직임이 ‘친 박근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비주류측 세력 무력화
그동안 비주류측과 궤를 같이 해온 초선의원들이 발전연에서 추진하는 행동에서 일탈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여의도연구소 ‘3박(박세일, 박재완, 박형준)’의 움직임과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동료의원들이 동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차기 유력 대권후보자로 자리를 굳히는 동시에 ‘친박(친 박근혜)’ 세력이 구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꾸준하게 대여 강경 목소리를 내는 것도 당을 박 대표체제로 규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친일진상규명법, 국가보안법 폐지 등 당 차원에서 직면한 사안에 대해 박 대표가 강한 이미지를 표출하면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발언이 공중파를 타고 전해지자 박 대표는 지난 9일 이와 관련한 공식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국보법 폐지는 무장해제’라며 당의 입장을 강하게 전달했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여권의 비이성적인 정책 판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들의 우려감을 대변하기 위해 당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박 대표 체제가 당내 반발을 약화시키고 안정적인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세력은 17대 국회가 크게 물갈이 됐다는 특징을 반영하듯 초· 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고위원인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 재선그룹은 비판적인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7월 전당대회를 통해 재선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원 의원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4·15 총선 당시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형오 사무총장, 선대 부본부장을 맡은 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 최병렬 대표체제를 무너뜨린 남경필, 권영세, 정병국 의원 등 소장개혁파도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수요조찬모임’은 과거 한나라당 개혁세력을 대표하던 ‘미래연대’ 출신들이 주축을 이뤄 당내에서 가장 개혁적인 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개정에도 전향적으로 대응하며 당 노선과 관련, 박 대표의 성향과 맥을 같이해 ‘박근혜 친위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초선의원 그룹의 핵심은 박세일 의원으로 박 대표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또 ‘3박’으로 불리는 박재완, 박형준 의원이 함께 정책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 여의도연구소에는 상당수 ‘친박’ 성향의 원외인사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노 대통령에 대해 다시 ‘탄핵’ 발언을 하며 논란을 일으켰던 이한구 정책위의장, 중진 김덕룡 원내대표 등의 핵심 당직자들도 박 대표에 대한 지지세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친박근혜 기류 형성
박 대표측 관계자는 “그동안 무계보라는 정치인 최대 약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박 대표는 구태의 계보정치를 지양하지만 당 대표로서 정치적 성향이 같은 세력의 구심점이 되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내 최대 모임 중 하나인 발전연의 균열 조짐은 박 대표의 당내 위상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이재오 의원 등 3선 비주류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발전연은 당지도부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행정수도 이전 반대 서명운동을 펼쳐 80여명의 동료의원들에게 서명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호남연찬회가 가져온 파급효과는 비주류 모임에도 영향을 미쳐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발전연 소속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모임에서 이탈할 의사를 내비치는가 하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놔 비주류측을 당혹케 만들고 있다. 박 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발전연에 회의적인 언급을 하는 의원들이 차츰 박 대표체제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은 실정임을 감안하면 한나라당 주류측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박 대표체제의 순항은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한 수순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계보의 약점을 보완하고 여권측에서 추진하는 국보법폐지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모습에서 ‘자기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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