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1위’의 소리 없는 아우성"
"뒤집어진 가치관이 사람들을 절망케 해"
2005-09-29 12:27:51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사회 : ‘자살률 1위’의 소리 없는 아우성"
"뒤집어진 가치관, 그것이 많은 사람들을 절망케 한다"
통계청이 28일 밝힌 ‘2004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한 사람은 인구 10만 명당 25명이었다. 특히 2-30대 젊은이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가장 높았다.
생명은 맹목적이라고 한다. 한번 태어난 목숨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끊지 않으려는 속성을 모든 생물체가 가지고 있다. 뜨거운 아스팔트의 갈라진 틈에 뿌리를 내린 풀이나 동토 북극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생명체를 보면 생명의 맹목성을 잘 알 수 있다. 인간의 목숨도 질기다고 하지 않던가.
현 정권 들어 우리는 굵직굵직한 자살 사건을 여러 번 목격하였다. 기적의 한강이 한 많은 ‘한’강으로 기억되기 시작하였다. 재벌의 회장이나 대기업의 사장 그리고 전직 고위 관료들이 한을 품고 강으로 뛰어 들었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던 그들이 한강에 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모든 희망을 잃은 사람이 갖게 되는 절망감이었을 것이다. 특정 대상이 없는 절망, 그것이 ‘한’이다.
거대한 절벽에 부딪히면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인다. 마땅히 투쟁할 대상도 원망할 대상도 없이 절망하게 되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개인은 자신의 무기력감에 한없는 절망감에 빠지게 되고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게 생각될 것이다. 그 절망감에서 탈출하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 자살이다.
한이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과거 서얼차별이 심하던 시대에 서자로 태어나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제도화된 편견과 차별을 감내하는 수밖에 달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혁명을 꿈꿀 수는 있을지라도 실행은 쉽지 않다. 이와 같이 원망할 구체적 대상이 없는 절망감, 이것이 한이다. 절망이 깊어지면 마지막 선택으로 자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새로운 사회적 절벽 앞에서 절망감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상식이 뒤집어졌다. 과거 옳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틀린 것으로 바뀌었다. 뒤집어진 가치관, 그것이 많은 사람들을 절망케 한다.
군사독재자 김정일이 어느 날 갑자기 ‘통큰, 식견있는 지도자’로 부각되었다. 군사독재자에게 재물을 갖다 바치는 것이 마치 진보요 민족적이요 평화를 사랑하는 것처럼 포장되었다. 전쟁에 참가하여 목숨걸고 대한민국을 지킨 사람들이 반통일분자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김일성이 무력으로 한반도 전부를 접수하지 못한 것을 원통해 하는 무리가 활개를 치게 되었다. 열심히 일해서 성공한 사람이 매도되기 시작하였다. 어려운 환경에서 기업을 일구어 세계기업으로 키운 기업가가 하루 아침에 사회적 적으로 매도되기 시작하였다.
연 10%대의 경제성장을 자랑하던 한국 경제가 성장률 연 3%대로 추락하였다. 그래도 누구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없다. 역대 정권이 경제성장율을 10%대로 유지하기 위해 온갖 힘을 다 쓴 이유는 그 정도의 성장률을 유지하지 않으면 대량으로 배출되는 젊은이들을 고용할 기회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가 추락하여 젊은이들이 마땅히 취직할 곳이 없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정치 지도자가 없는 현실이 젊은이들에겐 거대한 절벽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 청산이 마치 살길인양 날뛰는 정권의 실세들은 보면서 과연 우리들에게 희망이 있기는 한가 하고 자문하게 될 것이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사회, 이것이 자살률 1위의 이유다.
건전한 사회는 희망을 주는 사회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살면 성공하는 사회가 희망을 주는 사회다.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살아도 성공할 가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 모든 상식이 뒤집어진 사회, 사회정의가 무너진 사회, 이 모든 것이 각 개인에겐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절벽으로 다가왔다. 원망할 특정 대상이 없는 절망, 이것이 한의 원천이다. 한의 문화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현 정치권 실세들도 언젠가는 스스로 만든 절벽에 부딪쳐 절망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늦기 전에 마음을 고쳐 먹는 게 자신도 살고 많은 사람들이 사는 길이다. [정창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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