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대생들, 흑인이최고란다.2
[취재 뒷얘기] "사진 왜 찍냐" 험악한 분위기 클럽서 007도주
굿데이
3월31일 오전 2시. 이태원의 U클럽이다.
"뭐야! 왜 사진 찍는 거야!" 흑인의 갑작스러운 외마디 소리에 클럽 분위기는 얼음장이 됐다.
대부분 흑인인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취재진을 향했다.
챙모자를 거꾸로 쓰고 삭발한 머리를 흔들며 음악을 틀어 대던 흑인 DJ도 손을 멈춘 채 취재진에 시선이 꽂혔다.
당혹스러웠다.
냉랭한 분위기는 금세 험악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순간 밀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은 다 됐는데 현장 사진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저 친구 생일이라 기념사진 찍는 거야. 왜!" 이미 홀에서는 취재팀의 안내를 맡고 있던 최재용씨와 현지에서 만난 자칭 "이태원 누나"가 미리 약속한 대로 댄스 실력을 맘껏 폼내고 있었다.
흑인 남성들에게 가슴을 드러내는 것이 부족해 신체의 은밀한 곳도 자유롭게 허락하고 있던 젊은 한국 여성들은 저마다 카메라의 사정거리(?)를 피하느라 야단법석이었다.
취재팀과 흑인 간의 언쟁이 있는 동안 기자는 슬금슬금 옆 화장실로 향했다.
수동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디지털카메라의 칩을 빼 양말 속에 넣었다.
화장실 안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옆 칸에서 요상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꼭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다.
그때 "저 사람은 일본에서 관광 온 우리 손님이야"라고 소리 지르는 최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2∼3분이 지났을까. 최씨의 유창한 영어는 그대로 먹혀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기자는 잽싸게 출입문을 먼저 빠져나왔다.
기자는 생전 처음으로 "물 반, 고기 반"이란 말을 실감했다.
클럽에는 "흑인 반, 한국 여성 반"이었다.
택시로 이태원 거리를 빠져나오면서 "여기가 어디라고 셔터를 눌러 대… 죽으려고"라며 유창한 한국어로 소리 지르던 흑인의 음성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흑인들의 표정은 자기들이 한국땅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는 듯했다.
이태원과 신촌에 있는 클럽과 카페 주변은 지금도 온통 검은 물결로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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