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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몰린 오피스텔 분양자 "잠적"
[머니투데이 이정선기자]경기침체와 공급과잉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오피스텔 시장이 최근 한계
상황에 다다르면서 갖가지 파열음을 내고 있다.

입주가 닥쳤으나 돈이 없어 잔금을 내지 못하게 된 분양자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들어 가장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분양자들이 아예 ‘잠적’해버리는 경우.

보통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계약금만 낸 분양자들이 입주 무렵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자 잔금
과 중도금 상환납부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리고 자취를 감춘 채사
라져버리는 것이다. 계약금을 던져버리고 이쯤에서 ‘손절매’ 하겠다는 의도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지역보다는 일산 장항동이나 분당 서현동, 수내동 등 오피스텔 공급이 많았
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자주 목격된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분양가 이하의 매물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 1억 미만, 15평 안팎의 소형 오피스텔의 경우 계약금(500만~100
0만원 선)을 포기해도 손실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원룸닷컴 김동근 사장은 “어차피임차인을 구하지 못할 바에야 잔금과 중도금 이자를 무는 것보
다는 차라리 계약금만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분양자들이 늘고 있다”며 “수도권 지역의
오피스텔 가운데 최소한 10% 정도는 이같은 악성 물량들이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중개업소를 통해 어렵게 임차인을 구해 계약까지 해놓고 나서 전세 계약금만 챙겨 달아
나는 분양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신이 분양받을 때 냈던 계약금을 전세계약금으로
보상 받으려는 "얄팍한" 속셈에서다. 이는 결국 전세계약자와 중개업소간 중개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입주 및 임대차시장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강남 지역 등에서는 분양자들로부터 잔
금이 완납된 오피스텔만 취급하는 중개업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장 세를
놓기가 급한 분양자들로서는 우선 잔금납부를 위해 단기 사채를 끌어 쓰는 일마저 나타나고 있
다.

시행사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분양자들이 잠적할 경우 중도금을 대출해줬던 은행이 해당 물
건을 차압해버리고 나면 시행사들은 큰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양심적인(?) 분양자들은 등기이전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미등기전매라도 해달라는 주문
이 많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이 그대로 들어맞는 것이 요즘 오피스텔 시장의 풍경이다.

이정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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