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단에서까지 야당과 그 대표에 대한 저열한 험담과 비하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것은 최소한의 양식마저 잃은 반지성적 풍조의 심화와 만연, 대학 일각의 병든 교육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저질 수준을 넘어 학문을 빙자한 테러 행위가 아닐 수 없다.
11일 뒤늦게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고려대 어느 강사가 지난해 10월 교양과목인 경제원론 중간고사에서 출제한 문제들은 결코 학생들을 평가하기 위한 정상적 시험으로 볼 수 없다. 야당과 그 지도자들에 대한 험담과 비하, 나아가 반미 감정 부추기기 등으로 일관하는 문제는 다른 의도가 있지 않고는 낼 수 없는 것이다.
야당을 더 희화화하고 비하하지 못해 안달하는 듯한 해당 강사의 저열성은 한나라당을 ‘딴나라당’으로, 박근혜 대표를 ‘발끈해 공주’로, 이명박 서울시장을 빗댄 ‘맹바기 나라’로 표현한 대목 등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상의 국가 딴나라에서 거래되고 있는 창(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이라는 재화” “딴나라의 화폐단위는 친미이고 창의 수량단위는 삼수” “딴나라의 발끈해 공주께서 상한 가격을 300친미로 설정해 가격 규제를 한다면” 등, 술자리 잡담에서도 하기 어려운 표현을 어떻게 학생을 대상으로 보는 시험문제에까지 담을 수 있는가.
심지어 야당 어느 의원을 “국해의원(國害擬員)인지 기생층(寄生層)인지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으로까지 표현했으니 그의 정신상태가 과연 정상인지 의심스럽다.
우리는 이런 작태가 특정 대학의 특정 강사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야당 비하와 반미 감정 부추기기를 일삼는 저질 대학 교수와 강사가 드물지 않다. 개탄스럽기는 일부 정부 인사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2급 비서관이 야당 대표에 대해 연정 제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책임감, 결단, 역사의식, 깊은 성찰, 일관성이 없다”며 ‘5무(無)’라고 공개 비판한 것이 그 비근한 예다. 대학 강단과 정부에서 야당과 그 지도자를 이런 식으로 험담·비방하고 있으니 대학교육의 미래도, 나라의 미래도 걱정스럽다.
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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