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對中 분노’를 ‘對日 증오’로 앞장서서 유턴시키고 있다. -

2011년 연말인 12월에 갑자기 닥친 치욕과 분노의 사건

그것은 바로 우리 해경 이청호 경장이 우리 해역에서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을 단속하다가 중국어선의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타계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이에 국민들의 뇌리에는 세 가지 상황이 스쳐지나갔다.

“이번엔 중국과 전쟁을 해야 할 것인가.”

“또 종합대책 검토식으로 말잔치로 어물쩍 얼버무리는 것 아닐까.”

“또 좌익들이 종군위안부나 독도 타령으로 중국에 대한 증오를 일본으로 돌려 희석시키려 하지 않을까”

이러한 직감적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중국과의 전쟁 회피가 아니라 아예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오히려 얻어맞은 우리가 자해적으로 반성하며 중국측의 사정을 헤아리기에 바쁜 저자세를 보여주었다.

정부의 종합대책이라고 내놓은 거라곤 ‘단속 인원·장비 보강’ 식으로 3년 전 박경조 경위 사망 사건 때와 똑같은 페이퍼 워킹이었고, 좌익들은 종군위안부 수요집회 1,000회 보도로 중국에 대한 현실적 분노를 일본에 대한 역사적 증오로 돌리려는 수작을 부렸다.

수요집회 1,000회가 그리 대단한 뉴스라면, 왜 999회 되는 그 직전에는 아무런 예고바람도 없었으며, 1000회 집회가 겨우 사흘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왜 벌써 수요집회의 ‘시사적 의의’에 대해서 아예 TV에 안 나오는가 말이다.

사흘 뉴스도 안 되는 수요집회로 이청호 경사의 장례식 뉴스를 가리려고 했는가.

더욱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는 일은 청와대의 “대국민 염장지르기” 이벤트들이다.

이명박이 바로 중국에 대한 현실적 분노를 희석시키고, 일본에 대한 역사적 증오로 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12월14일 이명박은 우리 해경 이청호 경장의 장례식에 자신이 직접 안 가고 비서 시켜서 대독하였다.

그리고, 좌익 승려 법륜(최석호)을 청와대에 초청하여 청와대 직원 자녀들과 토크 콘서트를 벌였다.

대중국 종합대책은 아예 기대할 게 못 된다는 것을 방증 하는 사례다.

12월18일 이명박은 일본 방문하여 “위안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단다.

말이 틀린 게 아니라 계기가 절묘하게 얍삽하다는 거다.

국내 여론에 떠밀린 거라는데, 이명박은 “문 닫지마. 지금 아니면 우리 아빠 얼굴 못 보잖아” 부르짖는 가엾은 소녀의 절규는 전혀 들리지 않고, 늘상 열려 귀에 구덕살 박힌 수요집회의 푸념이 하필 이럴 때에만 유난히 잘 들린단 말인가.

그래 이제부터 일본과는 냉각관계에 들어섰다는데, 예전에 일본 방문 대도 위안부 가지고 강력히 문제 삼았었나?

12월20일(火)에는 청와대에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 출연진을 초청해 송년행사를 열 예정이란다.

‘소통’ 차원에서 법륜과 개그콘서트 팀을 불러들였다고 하는데, 그 소통이란 것은 좌익적 풍자를 수용하겠다는 배려를 의미함이 아닌가.

정말이지 국민 염장 지를 짓만 골라서 저지르고 있다.

누구 말마따나, 이명박은 스스로 좌익이 아니라고 말한 적도 없고 우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는데, 우리 스스로 괜히 지레짐작으로 우익으로 착각하는 식으로 스스로를 속인 거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국가정체성을 똑 떨어지게 주장한 것 하나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언제나 보신적인 회피성 표현으로 어물쩍 넘어간 일이 점철되어왔던 것을 보면,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이번 중국어선 선장의 우리 해경 살인사건에서 보여준, 좌익보다 더 적극적인 “對中 분노를 對日 증오로 여론 돌리기‘를 보면 “국민 염장 지르기”의 선봉이 이명박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참으로 저주하고 싶을 정도다.

12월12일 이청호 경장이 타계하고 12월14일 장례 치른지 1주일도 안 되었다.

그런데, 방송ㆍ포털에는 데일리안의 12월18일자 <기자수첩>해경 사망엔 분노하면서 해군기지는 반대?“라는 사설 빼고는 이미 “해경사망”이란 제목의 뉴스가 아예 안 뜬다.

TV조선 9시 뉴스에조차 오늘은 이청호 경사에 대해서 한마디의 기사도 없다. 그럼 말 다한 거다.

1주일도 못가는 냄비근성이니 ‘여론 방향 비틀기’가 이리도 쉬운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명박의 “국민 염장 지르기”가 별 반응도 없는 것 같다.

이런 나라라면, 우리 아들은 죽어도 해경 안 시킬 생각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