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입장] 청와대, 언론에 떳떳해야
▲ 국민일보 조수진기자
우여곡절 끝에 국정원이 필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회했음이 밝혀졌다.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취재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대어(大魚)’를 낚은 것인데도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1월 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외교부 사사건건 충돌’이라는 기사를 국민일보에 게재한 이후 근 한 달 동안 청와대의 좌충우돌식 대응을 돌이켜 보노라면 씁쓸하다 못해 참담하다.
사건의 발단인 최초 보도는 미 의회 방북단의 영변시찰 평가, 이란 대지진 조전(弔電), 탈북 국군포로 귀환 등의 문제를 두고 두 기관의 이견을 지적한 것이었다. 기자라면 문제의식을 가져 볼만한 지극히 평범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보도 직후 청와대는 ‘악의적 오보(誤報)’라며 대응 방침을 밝혔다. 기자 개인에게는 밤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의 괴로운 일이었고, 신문사로서는 상당한 압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장관 경질을 비롯해 외교부 간부들의 전보·보직해임 등 보도 이후의 파동은 역설적으로 청와대의 오보 대응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필자와 전화 통화를 한 외교부 간부 2명만 골라 조사를 벌인 데 대해 통화내역조회 의혹을 제기하자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필자도 ‘설마 취재기자의 통화내역까지 조회했을까’란 생각에 스스로도 믿고 싶지 않았다. 법치주의 원칙과 도덕성, 신뢰를 금과옥조처럼 강조해온 정부가 아닌가.
하지만 통화내역 조회가 사실로 밝혀진 뒤의 청와대 대응은 전보다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국정원에는 알아보라고 한 것뿐”이라며 통화내역 조회의 모든 책임을 국정원에 떠넘겨 버렸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국정원에 “알아보라”는 말 한마디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모른단 말일까. 청와대 직원이 부처에 “잘 봐달라”는 말 한마디가 인사청탁으로 비춰지는 게 현실이 아닌가.
필자와 통화한 외교부 간부 2명이 족집게처럼 조사를 받은 데 대한 해명도 여전히 의혹을 남긴다. 한 관계자는 “넘겨짚기 식으로 물어본 것”이라고 했고,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기자의 학맥·인맥을 따져 발설자를 압축했다. 그게 우리 사회의 수준이고, 거기서 잘 벗어나지 않는다. 한 사람은 기자와 동향(同鄕)이고, 한 사람은 대학동문”이라 했다.
“변해야 산다”는 구호를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청와대로선 궁색한 해명이 아닐 수 없다. 어느 간 큰 취재원이 동향이나, 대학동문이란 이유로 기자에게 기사를 거저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외교부 내에서 필자와 대학동문인 40여명의 외교관과, 동향인 10여명의 실·국장급 고위 간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청와대의 해명은 ‘이런 식이니 도청(盜聽)인들 안 하겠는가’라든가, ‘다른 기자의 통화내역 조회는 안 했겠는가’ 등의 불필요한 오해를 계속 낳고 있다.
청와대는 전말(顚末)을 국민 앞에 다 털어놓고 잘못한 사람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 말을 둘러대다 보면 혀가 꼬이고, 말을 더듬게 되는 법이다. 청와대는 당장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당당한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 그래야만 불리한 기사에 대한 감정적 반응, 안보를 빙자해 개인의 사생활을 쉽게 침해하던 과거의 발상이 답습(踏襲)되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를 일거에 떨칠 수 있다. 청와대의 당당한 결단을 기대한다.
(국민일보 정치부 조수진기자)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제보된 사실을 알려드린다.
자신을 국정원 제8국에서 근무하던 직원이라고 밝힌 이 분은 자신이 국정원에서 근무할 당시 오래전부터 정치인, 고위공무원, 군 장성, 시민단체 인사들에 대한 휴대전화 도청을 빈번하게 자행해 왔다는 제보해 ž遊?
이 분의 제보에 따르면 국정원 제8국에서는 하루에 10,000-15,000건 가량의 휴대전화 통화를 도청한다고 한다. 2002년 10월 동아일보에 특종으로 보도되었던 바와 같이 휴대전화 도청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휴대전화의 전파를 공중에서 catch하는 방식이 아니라(CDMA 방식은 휴대전화 전파 포착이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 미국 유럽식의 휴대전화는 전파포착이 가능하며 실제로 미국에서는 전파포착 기술이 이미 개발되었음) 휴대전화 통화시 전파가 경유하게 되는 기지국에서 도청을 한다고 한다.
금년 10월경 각종 언론에 보도된 동일 sector내 1/3 도청 가능설, 반경 100m 내에서의 도청 가능설 등은 기지국 도청방식이 아닌 전파 포착방식을 사용할 경우에나 성립이 가능한 이론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얼마전 검찰에 의해 마약밀매죄로 기소된 K모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한 물증을 발견하지 못한 검찰이 자신의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증거로 유죄를 주장하였고 진술한 바 있다.
이러한 진술들로 보아 국정원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 도청은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가능하며 실제로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다.
여러분, 휴대전화 사용시에는 보안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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