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그때의 ‘제3의 길’이란 게 결국 ‘우파 표 쪼개기’였지, 결코 지역초월이 아니었던 것이다.

올해 4.11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이 붕괴직전까지 주저앉게 나니까 이념적 중도를 걷겠다며, 이회창과 박선영을 쫓아내고는 당명마저 선진통일당으로 개명한 당 대표 이인제가 이제는 안철수를 지지하겠다고 촐랑대는 꼴을 보고선, 아! 이 인간이 왜 1997 대선에서 박정희 흉내 낸다고 난리피우다가 김대중 당선용 들러리로 마감했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인제는 전략도 없으면서 자기만족에만 젖어서 딴에는 또 다른 대단한 무엇을 발견한 양 ‘제3의 길’ 어쩌고 하는데, 그게 아직 철딱서니가 들지 않은 20~30대에게 약장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본다.

그 20~30대조차도 민주당이나 민노당 찍어줄 애들도 아닌 우파 쪽에 찍어줄 애들인데도, 이인제는 우파조개기라는 것을 모르는 체 자신보다 한참 유치한 안철수에게서 제3의 길을 발견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번 4.11에서 패배한 것도 이해가 간다.

생각이 좀 돌아간다면, 당시 한나라당에게 대전 줄 테니 충남은 양보하라는 식의 딜이라도 내걸었다면 모를까(하긴 박근혜 머리로는 그런 것을 받아줄 턱도 없었겠다), 동서고금 불문하고 ‘낡은 정치 몰아내자’식의 젊은 연령대를 겨냥한 약장수가 하루이틀도 아니었고, 이러한 일회성 선동효과에 따라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는데, 이것을 두고 무슨 대단한 시대의 지평이라도 열리는 것인 양 착각하는 것을 보니, 4.11 총선에 패배한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캐스팅보트조차도 못되는 처지로 전락해놓고선 그래 기껏 생각한 게 엉뚱한 약장수 꽁무니 따라붙기인가.

하긴 얼마나 꼴이 별 볼 일 없었으면, 신문 구석에 애기 손바닥만한 기사 한번 나고는 아무 소식도 없냐.

뭣 좀 신기한 것 보이면 그게 대단한 것으로 착각하는 이인제를 보고선 굳이 인물론까지 들먹이긴 싫다.

이인제는 영원히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게 좋겠다.

본좌가 이런 비난이라도 안 하면 인터넷상에서조차도 누가 관심 가져줄 것 같은가.

결국 이렇게 비난한 게 자신보다 한참 후배인 안철수보다 모자라는 이인제의 인지도를 쬐끔 올려준 꼴이 됐군 그래.

고마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