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이 나라 식물도감(植物圖鑑)에 없는 김정일화(金正日花)라는 꽃이 있다. 그 이름만으로 그 꽃이 북한 정권의 상징적 존재이자, 국화(國花)에 준하는, 어쩌면 그 이상의 대우를 받는 꽃임을 알 것이고, 객년 12월 12일에 올린 바 있는 졸론 "청와대에 김정일화가 웬말인가"를 읽은 사람이면, 그 꽃이 한동안 이 나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서 노무현(盧武鉉) 씨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는 것까지 알 것이다.

그 청와대의 김정일화는 미국의 교포사회에서까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우리가 문제시해야 될 점은 그 꽃이 아니고, 그 꽃을 그곳에 놓아둔 자들의 마음이다. 염불무심(念佛無心) 재식유심(齋食有心)이라 했던가, 염불하는 자의 마음이 잿밥에 있듯, 그 꽃을 섬기려는 자들의 마음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그놈의 꽃이 또 문제를 일으켰구려! 지금 평양(平壤)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석 중인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이 마침 생일이었는지, 북측이 주는 그 김정일 꽃다발을 받았고, 그것을 받은 이 장관은 "일생에 잊지 못할 기쁜 생일이 됐다"면서 감격했다는 구나!

이 나라 국무위원이 북한을 상징하는 꽃다발을 받고, 일생에 잊지 못할 기쁜 생일이 되었다고 감격했다면, 그 대통령에 그 장관이로다. 이 사실을 대한민국 국민의 정서가 허용할까?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구려!

청와대(靑瓦臺) 대통령 집무실에 "김정일화(金正日花)"가 1 년 이상이나 버티고 있었고, 주연이 벌어진 청와대 일각에서 적기가(赤旗歌)가 불리었다는 이 나라가, 이번에는 통일부장관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화 꽃다발을 받고 희희 낙락에 감격까지 했다니, 이 나라는 이제 친북의 선을 넘어서 북한이 바라는 적화통일(赤化統一)이 자꾸만 다가오는 것 같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