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일으킨놈도, 휴전이래 끊임없이 도발한놈이 누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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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개발 美 적대(敵對)정책 때문이라는 주장 … ‘일리 없다’
北 94년 핵위기때도 美적대정책 해소 요구, 수용했지만 어기고 핵개발
<북한의 이 요구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 발판>
① 북한 70년대 중반부터 핵 개발, 냉전 당시 美 북한정권 붕괴 시도 안 해
② 냉전 이후 클린턴 정부 때까지 美 북한에 우호적
③ 94년 제네바 합의는 북한 경제*에너지 지원과 관계개선 등 북한정권지지
④ 2000년 부시정부 집권 이전부터 북한 우라늄 농축 통한 핵개발 시작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국제문제협의회(WAC) 초청 연설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외부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핵문제는 북한에 안전을 보장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지금의 곤경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냐 아니냐의 결단에 달려있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대북적대(敵對)정책 포기를 사실상 촉구했다.
노 대통령의 말처럼 핵과 미사일을 자위수단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은 일리가 있는 것일까?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포기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인가?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북한의 불가침요구 평가’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보고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02년 10월 평양을 방문한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김계관 부부장에게 ‘고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북한을 당혹시켰다. 다음날 강석주 부부장이 협상에 임해 ‘미국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어떤 무기라도 개발할 권리가 있다’라는 취지의 답을 함으로써 사실상 핵개발을 시인하였다.
북한 외교부는 2002년 10월 25일 담화를 통해 ‘미국에 가중되는 핵 압살 위협에 대처하여 우리가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는 물론 그보다 더 한 것도 가지게 되어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외교부 담화는 ‘미국이 불가침조약을 통해 우리에 대한 핵불사용을 포함한 불가침을 확약한다면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북한은 부시정부의 대북 압살정책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논리를 전개한 것이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압살하지 않는다는 불가침 조약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부시 정부의 ‘악의 축’ 지정과 핵 선제사용 위협에 대한 방어적 입장에서 핵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의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 의혹 제기는 타국과의 경제관계를 방해하려는 기도로 당시 남북교류와 평양선언에 따른 일*북 관계의 급진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음모라는 것이다.
이후 북한은 핵동결을 해제하고 핵억제력과 핵실험을 운운하여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는 등 벼랑끝외교로 치달으면서 미북 직접협상을 통해 미국이 불가침 약속을 해야만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6자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적대정책 해소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1) 미북 불가침 조약 체결, 2) 미북 외교관계 수립, 3) 미국이 북한과 다른 국가들 사이의 경제거래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북한은 법적 구속력 있는, 상호 공격하지 않는다는 불가침 조약 체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이라는 점은 동의하기 어렵다. 북한은 1970년대 중반이후 영변 지역에 독자적인 핵시설을 건설하며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 특히 북한은 1980년대 들어 플루토늄 생산용 흑연로의 건설을 시작하며 미정보 당국의 주목을 받았고 냉전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소 양국은 협력, 소련이 적극 북한에 압력과 설득을 가함으로써 1985년 12월 북한은 핵확산방지협약(NPT)에 가입했다. 이 때 북한은 NPT 가입 대가로 소련으로부터 Mig23, SAM5 등 최신 군사무기와 함께 발전용 경수로 4기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냉전시기 북한은 동쪽 진영에 속해 있었던 까닭에 미국이 북한정권의 붕괴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더욱이 냉전이후 클린턴 정권에 이르기까지 미국정부가 북한정권의 전복을 꾀한 적도 없다. 94년 제네바 합의는 오히려 북한에 대한 경제*에너지지원, 관계개선 등 북한정권의 붕괴를 막는 로드 맵(road map)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부시정부로 2002년 1월 ‘악의 축’ 발언을 한 이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시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은 불과 1-2년 사이의 문제이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최소한 30년 가까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은 부시정권 이전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지난 2월 1990년 대 초*중반에 북한*이란*리비아에 우라늄 농축시설인 원심분리기와 설계도 등 핵기술을 제공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에 핵무기 개발을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는 북핵 문제를 푸는 변수 중의 하나일 뿐이지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002년 10월 미국의 켈리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하여 ‘고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무기 개발’ 문제를 제기한 이후 북한이 보인 행동은 1994년 제1차 핵 위기 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무기 개발 흔적을 발견하여 특별사찰을 제기한 이후 보인 행동과 매우 유사하다.
첫째, NPT를 탈퇴하여 IAEA의 북한 내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북한의 핵활동에 대한 모호성을 증폭시켰다. 둘째, 문제의 책임이 미국의 적대정책에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의 해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미*북 직접 협상을 요구했다. 셋째, 문제 해결방법에 있어서 ‘일괄타결, 동시이행’ 원칙을 주장했다. 넷째,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상당한 위험(risk)을 수반하는 극한전략(brinkmanship)을 구사했다. 1차 위기시 북한은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 연료봉을 일방적으로 인출했으며 현재 위기상황에서는 북한은 인출한 연료봉의 재처리를 시도했고 핵실험 위협을 운운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1차 위기 당시의 협상 방법을 그대로 원용하고 있다는 점은 94년 제네바 합의에 도달한 협상방법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핵협상에서의 북한 행동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북한이 주장하는 안보상의 우려해소에 응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년간 세 차례(1985년 북한의 NPT 가입, 1991-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및 북한의 핵안전조치협정 조인 그리고 1994년 미북 제네바 포괄합의)에 걸친 합의를 통해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북한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핵무기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미국의 대북 적대관계 청산 요구는 핵문제의 핵심부분에 대한 접근을 막고 다른 경제적 실리를 확보하고 과거 핵불사용보장, 평화협정처럼 향후 한미동맹 해체 및 주한미군 철수의 발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상민 기자 zzangsm@
이상민기자 2004-11-17 오후 1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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