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KBS는 깨어있고, 한심하다! MBC는 생각이 없는 방송!

서동구 사장 퇴진 관련 KBS노조 표정
"우리가 이겼다… 서씨 마음의 상처는 유감"
KBS 신임 사장으로 서동구 사장을 임명하면서 시작된 KBS노조의 ‘사장 임명 철회 투쟁’이 지난 2일 서 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일단락됐다.
“이젠 바다로 떠날거예요.” “우리가 이겼다!”

지난 2일 낮 12시10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 ‘민주광장. 전국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김영삼)의 비상총회 마지막 순서로 록 밴드 ‘체리필터’가 나오자 투쟁구호를 외치던 조합원 900여명이 일제히 일어났다. 당초 이날 오전 8시까지만 해도 이 집회는 서동구 신임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조합원 총회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오전 9시30분쯤 서동구씨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승리의 축제’로 바뀌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동구씨를 KBS 사장으로 임명한 지 8일 만인 이날 서씨는 사의를 표명했다. 그동안 ‘출근저지’와 ‘삭발’로 ‘서동구 사장 반대투쟁’을 벌였던 조합원들은 축하의 악수를 나누면서도, 서씨 개인의 불명예 퇴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전 11시25분 KBS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영삼 위원장은 “퇴진투쟁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서씨가 입었을지도 모를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며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출근저지투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31일, 이형걸 조직국장은 “서씨는 대가 약한 분”이라면서 “뚝심있게 (싸움에)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었다.

점심 때 KBS신관 건너편 냉면집에서 만난 한 KBS 행정직 직원은 “사장이 너무 싱겁게 싸움에서 물러났다”며 “험한 말이나 비난을 잘 못견디는 등 마음이 여린 분 같아서 솔직히 오래 버티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직원은 서씨가 28일 청원경찰 100여명을 동원해 KBS에 진입하고, 29일에는 조합원들 모르게 새벽에 출근했던 예를 들며 “순간순간 선택을 잘못해서 책잡힐 행동을 하지만 않았어도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서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게 된 것은 서씨 개인의 실책보다는 KBS노조가 관련 시민단체들과 공동추천위원회를 만드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며 KBS이사회와 정부를 상대로 한 ‘명분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라는 자평이 많았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박석운 민중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개인에 대한 호불호(好不好) 문제가 아니라 인선 기준과 절차의 정당성의 문제였다”고 했고,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노무현 정권의 언론 정책이 어떨 것인지 판단하는 시금석이었다”고 말했다. 2일 밤 조합 집행부가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노 대통령 지지자라고 밝힌 한 조합원은 “대통령도 많이 섭섭했을 테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이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일 오후 KBS본관 앞에는 피켓도 보이지 않았고, 대형스피커에서 쩌렁쩌렁 나오던 민중가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탄 견학 차량들과 잠시 운행을 멈추고 차안에서 낮잠 자는 택시 기사들만 눈에 띄었다.

이날 조합원들은 많이 지친 듯 오전 내내 집행부원 대부분은 휴식을 취했다. 노조 사무실 휴지통에는 김영삼 위원장 이름으로 조제된 약 봉투가 보였고, 목이 상한 박진경 대외협력국장은 병원으로 향했다. 이날 한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이번 사태에 관해 의견을 밝힌 네티즌들의 글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그 중에는 “노조 이기주의가 노무현 대통령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는 문구도 있었고, “노무현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시스템에 대한 무리한 불신을 해소하고, 언론계 스스로 자율성을 기할 수 있도록 신경쓰면 좋겠다”는 글도 보였다.

( 장준성기자 [email protected] )

5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