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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지는 교단] 혼란스런 아이들
1교시 선생님은 “파병반대”…2교시 선생님은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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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모(48)씨는 고교생 아들이 학교에서 받아온 ‘가정통신문’ 때문에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통신문은 교육부가 신학기부터 도입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학부모 찬반 여부를 묻는 것이었지만, 내용이 뜻밖이었다.

“이 시스템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제자들의 정보를 유출할 수 있어 교사의 양심으로 반대합니다. 학부모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씨는 평소 생각대로 ‘찬성한다’고 표기했다. 하지만 다음날 입장을 바꿔야 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반 전체가 ‘반대한다’고 했는데 나만 ‘찬성한다’고 해 친구들한테 ‘눈치도 없느냐’며 핀잔을 들었다”고 짜증을 부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런 식의 통신문은 처음 봤다”면서 “통신문 자체가 교사의 일방적 주장으로 가득한데 학생이나 학부모가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과거에 학교현장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비교적 평온했다. 그러나 교단이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교사마다 교총·전교조·한교조 등의 소속 단체나 각자의 교육철학에 따라 특정한 교육행정이나 교육정책에 대해 ‘엇갈린 가르침’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학생·학부모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경기도 A고교에서는 교사가 수업 중 미군에게 살해당한 한국여성의 사진을 보여줘 마찰을 빚고 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교장이 “그런 수업 하지 말라”고 하자, 이 교사는 “수업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작년 지방의 한 중학교에서는 교무부장이 아침회의 때 “수업시간에 파업과 관련한 교육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일부 교사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된 ‘퀴즈 수업자료집’ 등 이른바 ‘반전(反戰) 수업’과 관련해서도 학생과 학부모는 당혹해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과서에는 없는 ‘반전평화공동수업자료’를 만들어 교사들이 활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전교조는 반전수업과 관련, “의식화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안이 되고 있는 시사문제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해주는 탐구학습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반전수업에 비판적인 교사들은 “순수하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반전평화수업을 하는 건 모르지만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존재인 학생들에게 사실상 반미를 부추기는 선동적인 교육을 하는 게 문제”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울 B여고 1년 신모(16)양은 “수업시간에 공공연히 반전, 파병반대를 주장하는 선생님들이 있는가 하면, 우방국으로서 북 핵문제 등을 둘러싼 미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군대를 보내는 게 낫다고 이야기하는 선생님도 있어 혼란스럽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대구 C고교에 다니는 딸을 둔 학부모 박모(40)씨는 “평소 다른 일엔 관심도 없던 아이가 어느 날부턴가 ‘이라크 침공은 미국의 독선에서 빚어진 결과다’라는 말을 되뇌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교단의 갈등과 반목은 때로는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 피해가 고스란히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넘어간다는 점에서 우려의 소리가 크다.

전교조가 지난달 27일 1800여명의 교사들이 참가한 연가투쟁을 벌인 데 이어, 교육개방·NEIS 등 교육현안과 관련해 10만명이 참석하는 연가투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천명하는 등 연가투쟁을 둘러싼 학습권 논란도 뜨겁다.

전교조 소속 서모(46) 교사는 “연가투쟁에 대해 학생들을 볼모로 삼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지만 좋은 환경과 기회를 학생들에게 주기 위해 선생님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지난달 27일 연가투쟁과 관련, “학교별로 분회장 등 1~2명만 참여한데다, 미리 수업시간을 조정해 학습권 침해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가투쟁에 찬성하지 않는 다른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왜 교사가 굳이 수업을 빼먹고 거리투쟁을 해야 하는가”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재단비리 때문에 교사 간 마찰이 심한 서울 D고교의 한 학생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요즘도 선생님들끼리 ‘야 이XX야’하며 소리지르고 싸워요. 어떤 선생님은 수업 도중 다른 선생님을 지적하며 ‘○○가 잘못하거나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내게 말하라’고 해요. 학교가 싸움판이니 어떻게 공부가 되겠어요.”

(崔乘炫기자 [email protected] )

(申知恩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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