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은 육이오전몰군경 미수당유자녀입니다. 6.25전쟁 당시 아버지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매달림도 뿌리치고 청춘의 뜨겁게 끓어오르는 피로 전쟁터에서 이 나라를 구하고 전사하셨습니다. 허나 이 나라는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들을 나 몰라라 하며 차갑게 외면하고 있습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 16조 3의1항에는 전몰군경유자녀수당을 지급한다. 다만, 1998년 1월 1일 이후 유족 중 1명이 보상금을 받은 사실이 있는 전몰군경이나 순직군경의 자녀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한다.’라는 악의적인 조항은 똑같은 유자녀들을 모친 사망 일로 분류해서, 제적, 승계, 미수당으로 구분 지었습니다. 그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육이오전몰군경의 유자녀는 미수당이라는 차별적 대우와 멸시를 받고 있습니다.

1997년 12월 31일 이전에 모친이 사망할 경우 승계유자녀가 되어 십 수 년을 매달 90여만 원의 수당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8년 1월1일 이후에 모친이 사망하면 단 한 푼의 수당도 지급받지 못하는 미수당유자녀가 되어 매년 찾아오는 현충일에 가슴에 꽂는 검은 리본하나가 전부입니다. 모친이 하루 더 사시다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이렇게 우리들 아버지의 명예와 권리를 참혹하게 빼앗는 이런 나라에 누가 나라를 위해 충절로 자신을 불태우며 나라를 구하겠습니까?

 매년 유월이 오면 거리의 가로수에는 “나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유가족들을 끝까지 보살피겠다.”라는 낯 뜨겁고 간지러운 문구가 적힌 깃발이 쉴 새 없이 펄럭거리며, 이 나라 방송들도 다투어 똑같은 말로 우리들의 가슴을 따갑게 후벼 파고, 갈기갈기 찢습니다. 십 수 년 동안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자식 된 도리로, 밝혀 드리고 싶어서 이 나라 높으신 분들께 매달리고 외쳤지만 그 외침은 무참히 묵살 당하고 말았습니다.

2012년 6월5일, 2013년 6월4일 두 번에 걸쳐 전국의 1,000명의 미수당유자녀들이 새벽같이 버스를 타고 국가보훈처 앞 길바닥에서 주저앉아 보훈처장님을 만나 뵙고자,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결국 칠십의 노인들은 수 백 명의 방패든 경찰들에게 둘러싸였습니다. 끝내 유자녀들의 아픔을 살펴줘야 할 보훈처장님은 1,000명의 유자녀들의 간절함을 차갑게 외면하고 모른 척 했습니다. 이 나라 언론인들도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나타나지를 않았습니다.

2012년10월 17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한국의 보훈제도 역사 및 현황과, 6.25전몰군경 미수당유자녀 문제에 관하여 유영옥 교수님을 모시고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전국미수당유자녀 600여명이 모인 자리에 여야국회의원님 17명이 오셔서 잘못된 악법에 차별 당하는 일은 없어야 되면 하루 빨리 힘 모아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하고, 박근혜대통령님께서 박민식위원장님으로 대독한 축사를 통해 저희들은 기쁨에 환호성을 지르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들의 애절하고도 간절한 마음에, 희망의 눈웃음을 지으며 뜨겁게 약속의 악수를 건넸던 의원님들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잊지 못하고 있는데, 야속하게도 2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 가버렸습니다.

2014년 1월10일 전국미수당유자녀 임원 68명이 세종시 국가 보훈처에 찾아가 박승춘 보훈처장님과 면담 신청을 하며 민원실에서 하룻밤을 지새웠습니다. 하지만 귀하시고 높으신 보훈처장님은 결국 나타나 주시지를 않았습니다.

1월27일 보훈처장님과 함께 오찬 겸 면담하기로 다시 약속 받았습니다. 그 약속을 받고 찾아가니 만날 수 없다면서 보훈처 문 밖으로 내쫓겨 한 겨울의 추위에, 떨며 2박3일간 농성을 하다가 몇몇 간부님들은 경찰이 연행 해 갔습니다. 겨울밤의 추위에 노숙하고 떨면서 보훈처장님 뵙기를 원했지만 처참하게 외면당했습니다.

세월 속에 늙어버린 노인들이 국회, 보훈처, 기획재정부 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합니다. 커다란 피켓 들고 하얀 상복을 입은 상주가 되어 1인 시위를 합니다. 억울함을 하소연하다 기진맥진한 유자녀들이 자식 된 도리를 다 못한 죄책감에 눈도 감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자꾸만 떠납니다.

불쌍한 자식들이 나라에서 버림받고 차별당해 거리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시며 한없이 울고 계시는 아버지들의 회한의 눈물을 거두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대한민국 육이오 전몰군경 미수당 유자녀회 일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