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고타마님] 책을 고르며......
작성자 솔밭사이 작성일 2004-09-14 오전 8:04:27
IP주소 220.75.171.208 조회수 58 추천수 7
[책장 앞에서]
'만약 제가 고타마님의 처지였다면, 그 먼 나라에서 조국의 정치 상황에 온 힘을 쏟아낼 수 있었을까. 제국의 땅. 그 풍족한 물질에 안주하고 내 일신과 가족의 삶에 젖어 적당하게 타협하고 적응하며 맘껏 누리고 즐기지 않았을까. 그 많은 사람들을 하나씩 챙겨내면서 노사모를 고민해 낼 수는 있었을까.'
먼나라에선 우리 글로 된 책이 귀할 듯 하여 엊그제 저녁 책장을 훑어보며 궁싯거렸던 생각들입니다.
[일상]
특별하게 바쁜 것은 아닌데, 시간이 부족합니다. 책을 펼쳐도 한장을 넘기기가 어렵고, 무엇인가를 끄적거리다가도 어느덧 유치해진 문장에 짜증이 묻어 덮어버리고 맙니다. 일상을 여유와 편안함으로 둘러보면 즐거운 글쓰기도 가능할 것 같은데, 요즘 일상은 까닭없이 우울합니다. 그래서 '보안법'도 폐지의 당위성도 머리로만 인식할 뿐이고 고민의 범주에 포함되진 않습니다. 지친 몸을 끌고 현관문을 열면 방싯거리는 아이를 보며 정신적 공황상태를 견뎌내고 있을 뿐이네요.
[창사랑]
엊그제 책장을 뒤적거리다 창사랑이 생각나더군요. 과거 함께 섞여 애증을 함께했던 분들이었는데요. 그래서 한 번 가 보았습니다. 보안법 때문에 꽤 시끄럽겠다 싶기도 했고, 보안법 문제라면 노사모보다는 창사랑에서 언급해야할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몇마디 남기고는 왔지만 게시판이 죽어있었습니다. 보안법 폐지의 당위로 그분들과 대화는 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곳에선 상처받고 마음상할 일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이 지독한 우울함이 좀 극복이 될까 싶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신문을 비롯해서 이것저것 읽어야 쓸거리가 불끈불끈 솟을텐데, 요즘엔 신문과도 담쌓고 살아요. 그곳의 몇몇 분들과 대화를 나누어도 제 쪽에서 할 말이 없어 궁색해질 것 같습니다. 논쟁하러 간 것이 아니라 조금은 그리워서 간 것이긴 하지만요.
[보안법]
대체입법이 어떻게 진행될진 모르겠지만, 일단 대통령께선 과거 지지자들의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해 주신 것 같습니다. 흉물스런 보안법 폐지를 단호하게 언급하여 개혁진영의 단일대오를 역어내는 데 일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이고, 노사모는 폐지의 당위를 주장하여 전파하는 임무를 지원해야한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다만 대통령께서 보안법 수호의 의지를 천명하셨다면 창사랑이 아닌 이곳에서 대책없는 옹호자들과 끝도 보이지 않는 감정싸움에 몰입했겠지요. 어차피 무뎌진 날이 맥없이 주저앉아버렸겠지만요. 대체입법도 필요없고 기존의 형법만으로도 충분할 만큼이나 시민사회가 성숙되어있다고 믿지만, 일부 보수진영의 우려와 폐지의 정당성을 위해 대체입법 자체를 무작정 반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 보안법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노사모]
정말 전 노사모가 될 수 없습니다. 옛날처럼 정치에 몰입하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제도개혁을 통해 실현하려고 해도, 그리고 지금의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내 한표와 주변의 몇 표를 위해 전화는 할 수 있어도 노사모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애정이 없어서겠고, 얼굴없는 익명자들이 서로를 의심하며 인격을 갉아먹고 싶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신앙에 가까운 지지가 거북살스러운 것도 사실이구요.
대통령께서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길 바라며, 노사모가 대통령에게 누가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130738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