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이래 최초로 북한이 NLL(북방한계선) 인근에 해안포 사격을 감행,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비록 우리 영해를 침범하지 않은, 치밀하게 계산된 ‘저강도 전략’으로 분석되나 안심할 바는 못 된다. 우리의 대응여하에 따라 언제 우리 영내로 정조준, 돌발적인 공격을 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더욱이 여러지역 다양한 화포들을 하나의 목표에 집중시키는 ‘일제타격식’ 사격에서 명중률이 높게 나타나 경계를 요한다.
지난 24일 일방적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후 북한이 27~28일 110여발의 해안포 발사를 감행한 배경은 다목적적이다. 먼저 동시다발적 해안포 공격에 대한 아군의 대응능력을 파악하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NLL 무력화’ 기도도 빼놓을 수 없다. NLL 문제를 이슈화하여 ‘정전협정→평화협정 전환’ 필요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평화협정 논의 시급성을 절감케 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미북 회담에서 핵‧인권보다는 평화협정 문제를 우선시하려는 책략이다.
다음, 북한의 최대 관심사는 대북제재를 모면하는 일이다. 韓美에 대한 차별 대응 곧 대남 강경태세-벼랑끝전술과 대미 유화를 병행, 양국의 대북태도에 변화를 일으키려는 술책일 수 있다. 한편 11‧30 화폐개혁 이후 가중되고 있는 내부 혼란을 잠재우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 예상을 뛰어넘는 초(超)인플레로 물자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극도의 사회혼란이 초래되고, 아사자도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긴장조성을 통해 내부단결과 통제강화를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지난 11‧10 대청해전 패전 이후 추락한 군 사기를 만회하려 할지 모른다.
한편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이 유연하고 현실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북한이 불만에 차 있다. 대규모 지원은 중단됐고, 한미공조 하의 대북제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북한으로선 남북 간 군사긴장을 유발하여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에 한반도 평화가 깨졌다’는 논리로 한국 내 反정부 비판을 유도하여 남남갈등을 확대시키고,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을 바꿔보려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복합적 배경과 의도가 내포된 이번 NLL도발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우리 NLL영내를 침범하지 않는 이상 차분하고 신중한 ‘로키(low key)' 기조로 대응하겠다는 정부방침은 적절한 것 같다. 대신 북한의 침략의도가 드러날 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대화엔 대화로 대응하되, 무력도발은 무력으로 강력 응징해야 한다.
북한의 명백한 군사도발 상황에서도 우리사회 내에 북한을 지지하는 세력이 있어 문제다. 이들은 아직도 “反美”와 “주한미군 철수”를 선동하고,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을 여과없이 추종하여 국가안보 위기상황에서도 북한 편에 서 있어, 내부 화근(禍根)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대북제재를 일관되게 시행하고 북한의 평화선동에 휘말리지 않으며 核ㆍ인권을 남북협상의 의제로 삼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비핵화 없는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 대남혁명전략의 일환이다. 대북협상에서 비핵화가 모든 어젠다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이번 도발을 계기로 北해안포 대응능력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 체제붕괴 및 급변사태 등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2010년은 매우 주목되는 해다. 북한이 근래 보기 드문 내부위기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위기는 외부를 향해 출구를 찾을 수도 있고, 내파(內破)로 치달을 수도 있다. 북한의 위기를 비인도적인 세습독재를 종식시키고 진정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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