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일컬어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은
사람에게만
이성과 사고력, 양심과 영혼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여측없는 사람으로 만물의 영장이긴 하지만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변덕스럽고 성급하고 불완전한
내 생각과 말과 행위는 돌아서면 십중팔구
수치스런 회한과 자책감의 가시로 돋아나기 때문이다.
요만한 바람에도 툭하면 흔들려 어딘가를 다치고
요만한 돌부리에도 자주 걸려 엎어지고 나자빠지고 비명을 지른다
세상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
아름답고 참된 것은 열에 콩알 반쪽이고,
나머지는 차갑고 추악하고
쉰내나고 황폐한 것들로 마구 뒤섞여
노상 뒷골이 당기고 눈앞도 팽팽 돈다.
만물의 영장이란 사람의 작품이라 사람도 믿지 않는다.
까닭에...
세상과 사람은 믿을 대상이 아닌
사랑할 대상이라던가....
재물, 권력, 명예도 믿지 않는다.
꽃도 피면 이울듯 모든 것은 한때일 뿐,
순식간에 변하고 지나가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믿어도 좋은 사람이 딱 한 사람 있다.
믿을수록 더 믿고 싶은 경이로운 가치가 딱 하나 존재한다.
긴 여행에서 돌아와
베개에 머리 눕히듯 푹 잠기고 싶은 거인이
저어기 같은 하늘 아래 고요히 살고 있다.
백두산 자작나무가 몸속으로 내뿜는 수액 같은 사람,
천연의 약수처럼 맑고 서늘하고 정직한 영.
아, 나무를 닮고 물을 닮은 그 사람 이회창이
나라를 맡아주면
온갖 시름 사라지고 정녕 편안하겠다.
20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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