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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
Subject
균형자 하겠다는데 세계는 왜 웃는가?
대한민국이 지역안정의 균형자 하겠다는데 세계는 왜 웃는가?
노무현씨가 3. 22. 육군 3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한말은 이불 속에서나 할 수 있는 유치한 말이긴 하지만 그 말의 위력은 대한민국에 제2의 살육전을 불러올 만큼 살인적일 모양이다.
“이제 우리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북아의 세력 판도는 변화할 것이다”
“한국이 한·미·일 3각 동맹의 한 축을 담당했던 동북아 질서는 냉전시대에 만들어졌던 것으로 우리가 언제까지 그 틀에 갇혀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
노무현은 한국의 국력, 경제력, 도덕성이 그 정도의 능력을 뒷받침해준다고 말하지만 국제사회는 비웃는다. "한국이 국제 사회에 균형자 대우를 받을 만한 능력과 힘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나라의 중재를 미국이 받아 드리겠는가? 중국이 관심을 갔겠는가?"
런샤오(任曉) 중국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실 주임은 “한국이 한·미동맹에서 보다 독립적 역할을 하겠다는 희망을 표시한 것이라고 본다. 부분적으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토대로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에는 모순이 있다. 동북아에서 한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완전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한·미는 결국 서로 다른 정책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린보(晉林波) 중국 외교부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실 주임은 “한국은 한반도 평화가 최우선이겠지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최우선이다. 미국이 대북 압력을 사용하려 할 때 한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동맹관계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학 조선문화연구소 소장은 “균형자는 힘이 있어야 가능한데 과연 한국이 그런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밥 서터 조지타운대 교수는 “결국 한·미동맹을 깨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동맹 강화와 균형자 역할을 동시에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럽다. 한국이 한·미동맹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만 거기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워츨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전 부소장)은 “한국은 경제·정치·군사력 면에서 조정역할을 할 만한 힘이 없다. 1972년 이래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관점의 차이는 큰 갈등 없이 우호적으로 해결돼 왔다. 미·중이 냉전시대와 같은 갈등에 빠질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의 ‘우호적 결별’을 주장해온 케이토 연구소의 테드 카펜터 부소장은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가 되겠다는 발상은 결코 달성되지 않을 목표이다. 차라리 한국은 이제부터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에서 벗어나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를 미국에 의탁해 놓고 있는 주제에 무슨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비아냥대는 말이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동북아 국장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일방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것처럼 한국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으론 동맹을 유지하면서 또 한편으론 동맹을 맺은 측과 동맹 아닌 측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동맹(同盟)은 쉽게 말해서 상호 방위조약으로 묶인 사이이고, 이것은 동맹의 파트너가 전쟁 또는 분쟁에 휩쓸릴 때 같은 편에 선다는 약속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한국이 공격받을 때 미국이 함께 싸워주는’ 동맹은 유지하면서 ‘동북아 다른 지역에서 미국이 분쟁 당사자가 될 때 한국은 중립적 위치에 서는’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선 바람직한 선택적 협력관계일지 모르나 그런 동맹조건을 받아들일 상대국은 없다. 한국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 선언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동맹 파기 선언이다.
또 한국이 미·일 진영과 북·중·러 진영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국제정치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다. 한국이 과거 유럽 열강들처럼 균형자 역할을 하려면 한국이 양 진영 중 어느 한쪽에 가담하느냐에 따라 힘의 저울추가 그쪽으로 기울어지도록 하는 결정적 저울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군사력, 경제력 면에서 우리보다 수십 배 강한 강대국들 틈바구니에 낀 한국에 그런 역량이 어디에 있는가. 노무현 세력은 미국과 일본에 이미 “한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말았다.
균형자론으로 인해 한일관계 역시 무너지고 있다. 국제 진영은 미·일과 중·러로 크게 나뉘고 있다. 노무현은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일 우호관계도 깨어지고, 한일관계가 깨어지면 한미관계 역시 금이 갈 수밖에 없다. 독도 문제, 교과서 왜곡 문제 등은 부부사이에서도 있을 수 있는 작은 다툼 들이다. 그러나 우방 관계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큰 틀이다.
정부 관계자는 3.31일 “최근 일본은 미국과의 친밀 관계를 내세워 동북아의 안정 구도를 흔들고 있다. 독도 문제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빚어졌다고 보는 것이 정권 핵심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는 미국과 일본이 연합하여 동북아 평화를 깨고 잇다는 김정일 시각과도 일치한다.
일본 역시 한국을 전같이 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과거사나 독도 문제 등에 있어 한국측의 공격을 감수했지만 최근에는 전면 맞대응 자세를 보이고 있다. 3. 30일 마치무라 외상이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공격한 것, 그리고 독도문제에 대해 여·야가 한 목소리로 ‘영토 수호 차원’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하는 것 모두 이런 맥락이다.
대통령이 대일 독트린을 발표하고 온 국민이 분기탱천하고 손가락을 자르고 반일 감정이 충천해도 이로 인해 우리가 거둔 효과는 아무 것도 없다. "반드시 패권주의를 뿌리 뽑겠다"는 거친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왔지만 실제 정부에서 강경기조 선언을 구체화 시킬 아무런 대안이 없다. 일본 고이즈미 수상이 말한 바 와 같이 대통령 인기를 만회하기 위한 대내용에 불과했다.
100년 전 일본은 청나라를 물리치고 한반도에 대한 주도권을 획득했다 이어서 미국과의 태프트-가쓰라 밀약, 영국과의 제2차 영일동맹을 통해 묵인 약속을 받은 후 을사조약을 체결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왕궁에서는 매일 같이 내부 정쟁에만 몰두했다. 일본은 침략을 위해 동맹외교를 활용했지만, 약소국인 조선은 어떤 동맹에도, 연합에도 끼지 못한 채 일본의 밥이 되었다. 100년 전에 우리가 참담하게 겪은 동맹외교의 실패다. 미국 의회에서! 미.일 수교 150주년 기념결의안은 압도적인 표로 가결됐지만, 한.미 동맹 50주년 기념 결의안은 호응이 없어 통과되지 못했다. 지금 노무현 패들이 벌이는 제 닭 잡는 행위들은 바로 100년 전의 조선왕조 사람들의 못났던 행위 그대로를 꼭 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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