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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지도자들] 연일 ‘反美·反英 불끄기’ 나서

프랑스에서 극단적 반전 시위와 반미·반영 감정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크 시라크(Chirac) 프랑스 대통령은 2일 “미국은 분명히 프랑스의 우방이고 친구라는 사실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며 “프랑스가 미국에 맞서 각 국가들이 가신(家臣)이 아니라 우방 관계인 다극적 세계관을 수호한다고 해서, 대서양 양안 관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라크는 이날 여당인 국민운동연합(UMP)의 상원 의원 지도자들과 오찬을 나눈 자리에서 “프랑스인과 미국인들은 같은 배에 타고 있다”며 “배가 요동을 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중심에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참석 의원들이 전했다. 또한 의원들은 “현재 알려진 것보다 전황이 미국에 덜 불리하다고 판정하면서, 시라크는 미국의 군사적 승리에 대한 확신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알랭 쥐페 UMP 총재도 2일 “우리의 적은 전쟁이지, 미국이 아니다”라며 “사담 후세인의 사진과 반미 구호를 들고 나오는 일부 시위대를 볼 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미국 관계는 문제삼을 수 없다”며 “몇 세기의 역사가 현재의 위기로 인해 쓸려나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 지역의 에타플에 있는 영국군 참전 용사 묘지가 반미·반영 구호 낙서로 훼손된 사건이 발생, 현지 주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 묘지에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영토를 침공한 독일군과 싸우다가 전사한 영국군 1만1000여명이 묻혀 있다. ‘너희들의 송장을 꺼내라’ ‘부시와 블레어를 국제 형사 재판소로 보내자’ ‘양키는 지옥으로, 영국놈들은 집으로 가라’ ‘후세인이 승리할 것이고, 너희들은 피를 쏟을 것이다’ 등의 낙서가 묘지의 비석에 페인트로 적힌 것. 나치 문양까지 그려 넣은 이 낙서들은 지난 3월 27일 발견됐지만, 묘지 관리소측이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황급히 지워버렸다는 사실이 2일 뒤늦게 밝혀진 것. 문화부 장관 출신으로 사회당의 현지 지역구 의원인 자크 랑(Lang)은 “우리가 영국과 미국 정부에 반대하지만,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의 묘지를 기습한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묘지 훼손 사건은 우리 영토의 해방에 헌신한 영국군과 미군들의 희생을 기리는 것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 2일자는 1면에 낙서로 더럽혀진 묘지 사진과 함께 “프랑스를 해방시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군의 명예를 훼손한 이 폭거는 도버 해협 양쪽에서 모두 규탄받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그 밑에 ‘프랑스인 3명 중 1명은 후세인의 승리를 바란다’는 제목의 기사를 별도로 실었다. 또한 이 신문은 “여론 조사에서 영국인의 54%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프랑스를 더 이상 우방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영국인의 반불 감정 고조를 반영했다.

프랑스의 반전 시위 단체 연합은 과격 시위를 원천 봉쇄키로 결정했다. 이 연합의 지도부는 지난 1일 회의를 열었을 때, 후세인 정권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단체 대표의 퇴장을 요구했다고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이 2일 보도했다. 반전 시위 지도부는 극단주의자들의 일탈 행동을 피하기 위해 공권력의 감독 강화를 요청하면서, 음악회와 토론회를 통한 시위 방식의 채택도 검토 중이다. 프랑스에서는 그동안 반전 시위에 참가한 유대인 2명이 반유대주의 시위대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파리=朴海鉉특파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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