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여론의 흐름은 청계천 복원이 잘되었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청계천 복원에 이렇게 북치고 장구치고 해야 할 이유까지는 없는 것 같다. 특히 이명박의 꼴을 보면...
청계천 복원의 일차적 의미는 생태하천을 복원한다는데 있었다. 그런데, 청계천 복원은 생태하천이 아니라 실은 인공하천을 조성한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은 복원이라는 말을 붙여 교묘히 환경 이미지를 이용해놓고, 실상은 개발 시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사실 생태하천의 복원은 전국에 걸쳐 조용히 그리고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오고 있었다.(제주의 산지천, 경기도의 수원천, 대구의 신천, 서울의 양재천 등.) 혹시 광주에 가본 사람들 중 광주천을 본적이 있는가? 콘크리트를 겉어내고, 자연상태의 하천 유역을 복원한데다 산책로 역시 자연적 상태를 최대한 살린 상태에서 겨우 흙탕물을 면할 정도로 꾸며져 있다. 그런데 광주천 복원했다고 광주 시장이 대통령 출마하나? 광주천은 시민들의 주도로, 생태복원과 환경보호라는 광범위한 공감을 바탕으로 조용히 진행되어 이제 광주천에 물고기가 뛰놀기 시작한지 10여년이 넘었다. 뱀도 다닌다. 과연 서울시민들이 광주 시민들처럼 생태복원이라는 의미에 대해 공감한 적이 있었나? 박근혜는? 정말로 알았다면, 경제도 어려운데라는 말을 안했을까?
청계천은 막대한 돈을 들인데 비해 그 효과가 미미하다. 생태하천 복원 혹은 샛강 살리기에 따른 어려움 중의 하나가 연중 물이 흐르도록 수량을 유지하는 것이다. 본래부터 물이 있어 마르지 않는 하천은 괜찮지만, 건천이나 수량이 부족한 하천의 경우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와야 하고, 그 공사와 관리에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청계천이 비싼 국가돈(서울시가 아닌) 들여 물대기 해야 하는거 다 알고 있다(반면 위에 소개한 복원 하천들은 수량 유지에 큰 문제가 없어 그다지 비용이 많이 안든다, 그래서 어쩌면 청계천은 복원 안하는게 좋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인공적인 물대기는 친환경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예산사용의 우선 순위 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다른 친 환경적인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구는 지난 몇 년 동안 87개의 작은 분수를 만들어 도심의 온도를 2도 정도 낮추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계천 복원에 우리가 마냥 비아냥 거릴 수 없는 이유는 그 상징성 때문이다. 근대화의 이름하에 저질러진 개발의 상징, 그 복개 하천을 걷어내고 생태와 환경을 복원한다는 의미 때문이다. 즉 개발 시대는 갔다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당초 이명박과 김민석이 서울시장 후보 시절 토론했을 때, 과연 서울 시민들이 세계초유의 서울 교통대란을 감수하면서도 청계천 개발을 용인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서로 다투었던 것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청계천에 환호하는 서울 시민들이 정말 개발 시대의 종식과 환경 및 생태 복원의 시대의 도래에 환호하는 것일까? 아니면 청계천 개발을 밀어붙힌 이명박의 불도저식 리더쉽에 환호하는 것일까?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의 등장은 명백한 반동이다. 교언 영색으로 감추고 대중적 이미지로 포장한 포퓰리즘을 겸비한 과거보다 훨씬 더 무섭게 업그레이드한 박정희의 컴백이다. 청계천을 복원해놓고, 운하를 파겠다고 하는 자를 웃찾사에 보내지 않고 무엇하는지 참 답답한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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