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탈당’ /한나라 반응
• “인내했는데 탈당이라니…”
발행일 : 2002.03.01 / 종합 / 4 면 기고자 : 송동훈
박근혜(朴槿惠) 부총재가 탈당을 선언한 28일 한나라당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우려를 나타냈으나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을 고려, “박 부총재 포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다.
긴급 소집된 총재단 회의는 30분 이상 계속됐다. 이회창(이회창) 총재는 “내 부덕의 소치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당원들의 열망을 생각해서 박 부총재가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이 전했다. 하순봉(河舜鳳) 부총재는 “우리 당이 인내를 하고 박 부총재를 포용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실망스럽다”고 말했고, 박관용(朴寬用) 지도위원은 “요구를 거의 다 받아들였는데 이를 거부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최병렬(崔秉烈) 부총재를 대표로 보내 박 부총재의 탈당 재고를 요청키로 했다.
박 부총재의 출신 지역인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은 박 부총재를 비난했다. 이날 오후 긴급 모임을 가진 뒤 한 의원은 “박 부총재가 당을 배신했다”며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총재와 함께 정당개혁을 요구해온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측근을 통해 박 부총재의 탈당 원인을 이회창 총재 1인 지배체제의 결과라고 규정, “솔직히 나도 같은 고민을 갖고 있다”고 밝혀 탈당을 검토할 수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박 부총재에게 우호적 반응을 보이며 이회창 총재를 비난하는 데 가세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앞날에 행운이 따르기를 기원한다”며 “그 분의 탈당으로 한나라당이 ‘이 총재의, 이 총재에 의한, 이 총재를 위한 1인 정당’으로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박 의원 생각이 뭔지는 모르지만 잘 선택한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시기가 되면 박 부총재와 만나겠다”고 했다.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이 사실상 제왕적 총재에 의한 1인 지배 체제임을 드러낸 결과”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송동훈기자
626267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