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물러나] 꼴통 북한 대표들

유희연기자 [email protected]

제17차 남북장관급 회담 마지막날인 16일 남북은 군사당국자회담 개최와 방북자들의 방문지 제한 폐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막판 진통을 겪었다.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출발 시간을 훨씬 넘겨 평양으로 향했다.

남북은 다만 9·19 성명의 이행의지를 확인하고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적극협력한다는 문구를 공동보도문에 표기하고 2월 중 제7차 적십자회담과 제3차 이산가족 화상상봉, 3월말 쯤 제1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하는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 또 개성지구 역사유물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서로 협조하기로 했다.

그러나 회담 내내 북측은 이미 장관급 회담에서 두차례나 합의한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 날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거부한 채 ‘정치적 주장’인 ‘방북자들의 방문지 제한 철폐’를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 해 회담이 지연됐다.

북측은 지난 16차 장관급 회담에서 ‘체면주의’라는 새로운 단어를 들고나와 ‘체면주의를 버리자’라는 문구를 공동보도문에 관철시켰지만 북측의 이런 주장은 자신의 체면을 차리는데만 주력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개성공단 통행 및 철도 운행 등 남북간 경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군사당국간 접촉이 우선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회담 내내 정치적 주장으로 일관했다. 북측이 철폐를 요구한 ‘3대 장벽’ 중 ‘경제적 장벽’ 역시 전략물자 수출통제 체제인 바세나르협정과 미 국내법인 ‘수출통제규정(EAR)’으로 지목하는 등 결국 정치적 주장이었다.

남북은 지난 6월 열린 15차 장관급 회담 당시 밤샘 협상을 벌이지 않는 ‘새로운 회담 문화’를 주장했지만 결국 또 다시 정치적 주장과 이를 담아낼 문구를 놓고 밤샘 실랑이를 벌이는 등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주=유희연기자 marina@ 185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