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경제가 국가채무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은 국가채무 한도를 증액하고 재정적자를 감축하기로 합의했지만 증시가 폭락하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초저금리로 통화정책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데다 경기 진작을 위한 재정정책 카드 동원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CDS 프리미엄이 폭등하는 등 부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국가채무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20%가 넘는 일본이야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주요국들이 ’부채의 저주’를 받고 있는 데도 한국의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을 둘러싸고 정쟁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기초노령연금 인상까지 들고 나왔다.

지난 4일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현재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고 있는 노령연금을 상당히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민주당은 연금 수령 대상을 현재 전체 노인의 70%에서 80%로 확대하고 연금도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나라 곳간이 든든하다면야 복지혜택을 많이 주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출산ㆍ고령화로 국가채무가 급속하게 늘고 있기에 걱정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건강보험과 기초노령연금 장기요양보험 지출이 늘어날 경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50년에 168%(지난해 33.5%)로 높아질 것이라 한다. 여기에 통일비용과 공기업 부채까지 고려하면 국가채무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 점에서 정치권은 무분별한 복지정책을 벌이기보단 되레 가지치기를 해야 옳다. 포퓰리즘적 복지경쟁을 벌인다면 나라 경제가 거덜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