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송혜지(song04050) 조회수 : 890 | 추천수 : 7 | 등록일 : 2004/12/09
제 목 안녕! 개포동... 강남구 개포동 주공 떠나며...
아파트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
이제 떠납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길고도 힘든 인내의 세월이었습니다.
별로 인기도 없던 개포동 주공 11평 아파트로 분양받아 딸 둘을 등에 없고 이사 온지가 엊그게 같은데 벌써 2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내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은 잠시...
변두리 서민 입주 아파트의 불편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지하철은 생각도 못했도 버스도 노선이 별로 없어 두번 세번 갈아타는 일이 많았습니다.
주변엔 시장이 없어 할 수 없이 단지내 상가를 이용해야 하는데 물건 값은 왜 그리도 비싸던지...
연탄배달 비용을 아끼느라 오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기는 왜 그렇게 힘들고... 그래도 주인 눈치 볼 일이 없어 내집이라는 자부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구룔산과 대모산에 오르면서 약수물에 목을 적시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주변에 고층 민영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빈부격차가 심해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멸시를 받은 적도 많았습니다.
이웃에 있는 K아파트에 살고 있는 어떤 여자는 아들과 함께 길을 가면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너도 공부 못하면 나중에 이런 연탄아궁이 아파트에 살게 될꺼야" 라고...
입주 후 10여년이 지나니까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주변이야기를 들으니까 30평정도는 문제없이 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가까이에 있는 민영아파트 보다 비싸질꺼라고..
그래서 주변에 있는 이웃들이 고덕으로 광명으로 상계동으로 넓혀서 이사갈때도 불편을 꾹 참고 기다렸습니다.
재건축이 되면 그동안 고생한 딸들에게 강남에서 떳떳하게 잘 살게 해 주겠노라고 다짐하면서..
얼마 후 도곡동 숙명여고 옆 주공고층아파트들이 재건축 되면서 꽤 높은 용적율을 적용받아 넓은 집을 장만하고 대림 아크로비타, 삼성타워팰리스등이 주상복합 아파트로 허가를 받아 800%가 넘는 용적율로 하늘을 찌르듯이 건물을 올리더군요.
우리와 비슷한 도곡 주공1차 아파트는 275%의 용적율로 다들 큰 아파트를 마련하고요.
그래서 그다음은 우리 차례로구나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나도 떳떳하게 그동안 좁은 집에서 고생했던 가족들과 넓은 아파트에서 지내겠구나 생각했지요.
그러나 이게 왠일입니까!
재건축이 부동산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통제가 시작됐습니다.
''''용적율을 200%이내로 해라''''
''''12층이하로 건축해라''''
''''소형아파? 일정비율로 지어라''''
''''임대아파트를 지어라'''' 등등..
다 좋습니다.
집값이 안정이 되어서 집없는 분들 빨리 집장만 해야지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 돕고 살아야지요.
낮은 용적율로 쾌적한 주거 환경 만들어야지요.
그러나 형평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길건너 타워팰리스는 60층이 넘게 짓도록 하고 우리는 12층이내로 지어야 하나요.
그리고 ''''재건축 개발 이익환수제'''' 이거 반드시 시행해야 하나요.
제 아파트땅 지분이 13평이라고 합니다.
부동산 개발로 돈 많이 벌 사람 많을 텐데 땅 13평 가진 사람한테 꼭 임대 아파트 지으라고 해야 하나요.
그동안 타지역에 비해 비싼집에서는 살았지만 주거 환경에 대한 삶의 질은 형편 없었습니다.
베란다를 넓히고 조그만 공간이라도 최대한 활용하면서 고생스럽게 4가족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지쳤습니다.
딸들 보기가 미안했습니다.
재건축도 점점 지연되고 있습니다.
더이상은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얼마 후 시집가면 또다시 조그만 아파트에서 시작해야 할텐데....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시집가기 전에 큰 아파트에 살게 해주고 싶어서 살던 집을 팔고 강북 30평 아파트로 내일 이사 갑니다.
몇 년 후 이곳 주공 고층아파트는 재건축이 되어 살기 좋은 고층아파트로 변해 있겠지요.
이삿짐을 싸는 우리부부와 딸들 눈가에 눈물이 비칩니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안녕... 개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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