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수도권·호남, 박근혜 pk·강원… 이회창 tk서 1위
與圈 전체선 정동영 1위… 청와대는 문재인 盧대통령은 조사대상서 제외
[조선일보 배성규 기자]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분기별로 조사하는 ‘다음 대통령, 누구를 생각하십니까’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실시하는 정치인 정기 지표(指標·방향을 가리키는 표지) 조사이다. 지금까지 대통령·정당 지지도 등 정치 지표 조사는 꾸준히 있었지만, 다음 대통령 인물 지지도와 정치인 영향력 조사를 위주로 한 정기 정치인 조사는 없었다.
외국의 유력 언론들은 이 같은 조사를 오래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를 통해 정치인들의 부침(浮沈)과 성적표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그들이 내놓는 주장과 정책에 대한 평가까지 이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4·7·10월 등 3개월마다 실시되는 이 조사가 계속되면 2007년 다음 대선으로 가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정치적 영향력이 높은 사람을 중요한 순서대로 세 사람까지만 말해달라’는 물음에 대한 결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40.8%로 1위로 나타났다. 이 조사 대상엔 노무현 대통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박 대표 다음으론 고건 전 총리,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명박 서울시장 등의 순이었다.
국민들의 이 같은 평가는 실제 정치 현실과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 일선에서 떠나 있는 고 전 총리와 이 전 총재가 각각 2·4위에 오른 게 대표적인 예다. 실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영향력이 큰 김원기 국회의장(13위), 열린우리당 정세균(26위)·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15위),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24위)과 문재인 민정수석(12위), 차기 여당 대표 유력후보인 문희상 의원(22위) 등이 중간 또는 뒷순위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의 속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으로선 대선주자급 인사면 정치적 영향력도 크다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대표와 정 장관, 이 시장, 이해찬 총리, 김근태 복지부 장관, 손학규 경기지사 등은 실제 영향력과 국민 평가가 일치한 경우다. 이들은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도 선두권이었다.
박 대표는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을 뺀 나머지 정치인 중 영향력 1위로 조사됐었다(시사저널 2004년 10월 28일자 보도). 이번 조사의 경우, 20대(46.1%)와 학생(47.1%), 강원(52.6%)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권에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영향력이 가장 높게 평가됐다. 30대(28.8%)와 학생(39.5%), 호남(40.8%)에서 응답이 많았다. 정동영 장관에 이어 여권 내 2위는 이해찬 총리다. 전체 순위는 6위. 이 총리는 대선주자 지지도(11위)보다는 영향력이 더 높게 평가됐다. 실세 총리라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이회창 전 총재는 정계에서 물러났지만 20대(35.4%)와 tk(32.2%) 응답자들이 주로 ‘정치적 영향력이 높다’고 봤다. 국민이 보기에 현재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 중 야권 내 ‘2인자’는 전체 5위인 이명박 서울시장이다. 이 시장은 40대(24.6%)와 자영업자(27.6%)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7위인 김근태 장관은 대선주자 선호도(10위)보다 정치 영향력을 더 높게 평가받았다. 반면 10위인 손학규 경기지사는 대선주자 지지도(7위)에 비해 영향력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정몽준 의원은 20대(10.1%)와 학생층(9.7%)에서 정치적 영향력 평가가 높았다.
현재 여야 지도부나 소장파 리더, 청와대 인사들은 실제 영향력에 비해 국민 평가가 낮았다. 유력 대선주자들에 비해 국민에게 이름이 덜 알려져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6~20위권에 머문 열린우리당 천정배 전 원내대표와 여당 내 개혁당 그룹 리더인 유시민 의원,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등이 예이다.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30.7%, 열린우리당 27.9%, 민주노동당 14.5%, 민주당 4.4% 순이었다. 작년 12월 13일 한국갤럽 조사에 비해 한나라당 지지율은 2.2%포인트,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1.8%포인트 각각 올랐다. 반면 민노당은 1.9%포인트 떨어졌다. 민주당은 0.6%포인트 올랐다.
(배성규기자 [ veg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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