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을 때, 내심 덤덤했다. 그럴 수도 있다는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아랍에미레이트에서 400억불짜리 원전을 수주했을 때부터 확연히 달라보였다.

그 경위야 어떻든 대단한 실적이었으며, 이는 해당사안에 있어 키를 쥔 핵심인물이 누구인지 정확히 간파하여 그에 맞는 이벤트를 구사하는데 진짜 천부적인 자질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 천부적 자질은 이번에 미국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또 한번 입증되었다.

바로 2012 핵안보정상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기로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다른 지도자들이 현안에만 골몰할 때, 이 대통령은 다음 기회에 미리 눈독을 들였던 것이다.

가장 그 의지를 관철시키기 용이한 시점을 포착하여 불쑥 제안했을 때, 거부할 수 없는 타이밍을 절묘하게 잡아낸 모양이다.

내가 봐도 정말 혀가 내둘러질 지경이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데, 2012 핵안보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왜 실망감을 주는지 모르겠다.

북한 초청가지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기자 놈들을 보니, 그들 성향이 다분히 종북적이다.

북한과 이란은 이번에 초청되지 아니하였고, 북한이 NPT에 복귀하면 초청도 생각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린 것이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가장 두드러진 의제가 무엇인가? 바로 북한과 이란의 핵이다.

믿지 못할 짓거리로 연명하는 그들이 핵을 가져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미국이 억지로 러시아와 핵감축 합의를 이끌어낸 마당에 굳이 원인제공자를 긍정적으로 의식하려는 태도에서 일종의 패배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와 칠래가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의 폐기를 선언한 데서 진정성 있는 효과도 있었지만, 우리의 처지를 너무 망각한 것 아닌가?

이번 회담에서 주된 의제로 간주하는 북한 핵의 표적인 처지를 망각한 채 북한 김정일을 2012에 초대하였으면 하는 희망을 표시한 기자 놈이나, 그런 질문에 졸리는 설명이나 해주고 흐릿하게 수습하는 이 대통령의 자세에서 왠지 무기력감이 느껴지는 것은 나의 결벽 때문일까?

아니 할 말로 언제까지 북핵을 빙빙 돌려가며 취급할 텐가?

2012년까지 북괴가 핵을 더 생산하도록 공식적으로 방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더구나 이번 천안함 격침 사건도 발생가능성을 무한대로 개방하여 초점을 흐리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마당에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로 우리의 안보를 국제여론의 권위로 담보해놓을지는 모르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면 2012년까지 북한 핵을 용인해주는 것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신중을 가장한 무기력으로 비춰질까 염려된다.

‘군사부문’만 빼고 세상에서 가장 과감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애시당초 너무 지나친 기대를 한 것인가?

‘북한문제’만 나오면 간접적으로 취급하는 방법을 모색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나, 2012 핵안보정상회의 유치는 천안함 사태를 통해 볼 때, 내심 한숨만 나온다.

강도가 칼로 위협하는데 몽둥이로 저지할 생각은 않고 강도 앞에 다른 할일 많은 사람인 척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