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관련 쪽의 갑이 갑자기 불러서 만날 때는 반드시 녹음을 일단 하면서 만나야 함. USB 사달라, 모니터쓰던 거 두고 가라, 납품을 맥 27인치 하드에 저장해서 납품하라..등등..휴우..생각만해도.."
 

지난 8월 KBS '뉴스9'을 통해 <“등산화 사 줘”…황당한 ‘갑 공무원의 횡포’>를 보도한 뒤,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등산화'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휴우'하는 한숨에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을'의 무기력함도 느껴졌습니다.
 

☞ 바로가기 [뉴스9] “등산화 사 줘”…황당한 ‘갑 공무원의 횡포’

경기 포천 시립도서관 공사 과정에 벌어진 공무원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제보한 시공사 역시 '일상화된 무기력함'이 느껴졌습니다.

'현장 시찰용 안전화'로 써야 한다며 등산화 모델과 사이즈까지 죽 나열해 적어 보내온 팩스, 예정에 없던 인테리어·조경 공사를 추가한 뒤 자신의 친구와 지인의 업체에 하도급을 맡기게 한 공무원, 술자리에서 사소한 시비로 공무원에게 폭행 당해 전치 7주의 중상을 입고도 '화해'를 이유로 치료비조차 못 받은 현장 관계자.

'정말이냐'는 기자의 잇따른 물음이 무색할 정도로, 시공사 관계자의 목소리는 담담했습니다. 그런 일들이 너무나 익숙해서 득도라도 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접촉한 공무원들. 시공사와 마찬가지로, '의외의 담담함'이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등산화를 직접 요구해 받아간 것으로 알려진 공무원은 일단 "정확히 모르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등산화 목록' 팩스에 적힌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그럼 업체가 거짓말을 하는 거냐'고 묻자, "그건 저희 과 팩스 번호가 맞긴 하다"며 "번호가 그렇게 찍혔다면 보낸 사람이 있기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등산화 팩스'가 자신의 과에서 업체로 발송된 건 맞지만, 자신은 모르는 일이란 얘기였습니다.

이 공무원이 가해자로 지목된 건설 현장 관계자 폭행 사건에 대해선, 실제 그런 일이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당시 피해자와 현장에서 곧바로 화해했고, 당시에 피해자가 걸어서 귀가를 해서 문제가 없다고 봤다고 했습니다.

피해자가 이후 병원에 입원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자신에겐 별다른 연락은 없었기에 그 정도로 다친 것인 줄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건설업체 관계자와 폭행 시비를 빚은 게 공무원으로서 적절한 행동이냐'고 묻자, "그 부분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은 그건 제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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