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한나라당을 그렇게 지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한가지, 북한에 대한 비양심적인 언행으로 가득한 야권에 대한 참을수 없는 분노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 여당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가까스로 잡고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제 서울시장 후보 토론을 보며 오래간만에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시작부터 나 후보는 서울시 운영에대한 치열한 논점과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고, 반면에 박 후보는 끝까지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인적 이상향으로 나 후보의 치열한 고민의 결과를 받아넘기기조차 버거웠습니다. 이것이 강남/강북 불균형 문제에 이르러서 정점에 달했지요.

각자의 지성과 언어적 순발력도 일부 작용했을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정치판이라는 진흙탕에서 비교적 깨끗하게 살아남은 한편의 실질적 경험에서 비롯된 준비가, 시민운동 속에 상당히 비좁은 자기세계 만을 주장해온 듯한 다른 한 편의 관념적 경험에 대해 확실한 우위를 보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은 참으로 저의 예상을 뛰어넘는 후보를 내놓은 것 같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같은 젊은층을 어필하기엔 한가지가 부족해보입니다(저는 삼십대 중반입니다). 바로 "감동"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솔직히 당시로서는 가장 감동적인 정치인 이었고, 반면에 현 정부는 감동의 부재로 상당한 업적과 기대밖의 안정적 나라 운영에도 그토록 젊음이들에게 외면받는 것임을 눈치채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애석하게도 이성적 판단을 선택하기 보다는 영웅적 감성에 현혹되기를 즐겨하는 위험한 세대입니다. 세상물정에대한 우리의 어리숙함도 문제지만, 돈에 대한 극한 숭배로 정의와 인간성 대신, 부와 쾌락이 실질적 인간됨의 척도가 되도록 만들어버린 기성세대의 잘못도 있으니 너무 저희만 탓하지는 말아주십시요.

어쨌든 감동이 부족합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이성적 판단을 고려해볼 만한 소수의 젊은이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적 포스를 구차하게나마 흘려내고있는 박 후보를 선택할 것이란 말입니다.

나 후보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하여 이것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북한인권 문제입니다.

박원순 후보는, 장진성 탈북 시인의 말대로, 그토록 서민의 권리와 안녕을 뜨겁게 주장하며 기득권에 공격적이었으면서도, 그의 평생에걸쳐 극악한 독재 아래 죽어가는 북한 동포의 인권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차가웠고 그 독재에 대해선 한번도 공격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두둔하기까지 했습니다. 홀로코스트에 대항하며 당시의 대중에게 외면받았던 디트리히트 본회퍼가 지금에 와서는 진정한 시민운동가였다고 역사가 증명했다면, 이것에 비추어 그와 정 반대의 길을 걷고있는 박 후보의 시민운동의 화신처럼 보이는 이미지란, 정의를 부르짖는 자의 "정의"의 실종인바, 솔직히 겉만 번지르르한 비양심이라고까지 감히 평해봅니다.

이것은 사실 우리 모두에게서 본질적 정의가 상실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 후보께서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 정의에 대한 감각을 찾아주셔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정의를 상대 후보의, 그리고 그를 넘어 야권의 비양심에 멋지게 꽂아주십시요. 물론 이것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나 후보께서 먼저 정의로운 사람이 되셔야합니다.

북한인권 문제는 정의의 문제입니다. 이것을 꼭 쟁점화 시켜주십시요. 그리하여 짧은 기간 안에 우리 젊은이들 안에 이 정의에 대한 감각이 살아나게 해 주십시요. 반듯이 어려운 문제 만은 아닙니다. 젊은이들은 어리석긴해도 순수하기 때문에, 올바른 지도자가 잘만 인도하면 깨우치는 속도도 빠른법입니다. 그렇게되기만 한다면 우리 어리석은 젊은이들의 가슴 속에 감동의 불길이 끓어오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