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기자가 광주사태 당시 북괴군 600명이 오는 게 불가능한 이유로 드는 게 “계엄령 하의 삼엄한 경계태세”를 들먹이는데, 어느 정도는 타당한 말이다.

왜냐하면, 울진삼척 무장공비라든가 1.21 사태 당시의 병력이 100여명과 30여명 정도였는데도 눈에 띈 점을 참고한다면, 조갑제 기자가 광주사태 당시 북괴군 600명이 오는 게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말이 된다.

설령 소규모 병력으로 여러 차례 축차적으로 투입하면 눈에 띄지 않게 600명이 올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600명 정도의 인원이면, 시가전이나 이동형태 등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나타날 수도 있고, 지휘소를 설치하는 등 지휘체계가 눈에 띌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5.18 때 광주 투입 북괴군 “600명은 과장”일 수는 있어도 북괴군 투입설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필이면 연고대생 600명과 숫자가 일치하는데다, 그때 연고대생은 지금도 민주화유공자라고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4시간이라는 그렇게 짧은 시간에 전남광주일대 무기고 44곳을 터는 게 일반시민이라고 볼 수 있나?

조갑제의 주장대로 “계엄령 하의 삼엄한 경계태세”라면, 무기고 경비가 그렇게 허술할 수가 없고, 4시간이면 거의 동(同)시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계엄령 하의 삼엄한 경계태세에 놓여진 무기고”를 거의 동시간대에 털려면 일반시민의 힘으로 가능할까?

이는 사전에 무기고 위치와 경비 정보 및 접근 루트를 사전에 파악해 두어야 가능하며, 행동에 있어서도 동일한 집단이 동일한 패턴의 훈련을 수없이 반복해야 가능하고, 특정 무기고가 털린 사실을 다른 무기고에 알려질 시간을 주지 않도록 경비병력을 눈 깜짝할 사이에 신속하게 제압할 수 있는 비상한 격술을 지녀야 가능하다.

그것도 조갑제 기자가 말하는 “계엄령 하의 삼엄한 경계태세” 하에서 말이다.

이게 일반시민이 했다고 보는가?

무기고 1곳당 최소한 2명 내지 3명의 특수부대가 있어야 가능한데, 이들의 작전을 총괄할 초소형 지휘보급 체계를 고려한다면, 100~150명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다만, 시위군중들 중에 지휘계통을 모르는 군중심리에 부화뇌동한 다혈질 청년들 상당수를 같이 트럭에 싣고 다니면, 실행 당시에는 눈에 안 띌지 모르나, 나중에 동시간대임이 드러난 이후에 생각해 본다면, 단순히 군중심리 탓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러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간대에 발생한 사건을 민주화 열기란 것으로 설명할 계제는 더더욱 없다고 본다.

조갑제 기자는 자신의 시야 밖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하여 부작위와 부존재를 주장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본다.

5.18 북괴군 투입설 이외의 부분에서 그렇게 예리하던 사람이면 더더욱 말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