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의 수모에 대하여 글을 쓰고 있는데, 문득 아내의 한 마디를 들었다.

‘눈이 찢어진 아이’ 이야기 들었냐고? 못 들었다고 했더니 인터넷 뒤져 보랜다.

눈이 찢어지다니? 무슨 사고인가? 의아해하며 뒤져보니, 내용을 안 봐도 비디오였다.

BBK 사건의 에리카 김과 이명박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 혼외자 어쩌고 하는 나꼼수의 유언비어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지만, 뭔가 오비이락 같은 느낌이 언뜻 들었다.

즉, 설령 사실이라고 치더라도 왜 하필 지금일까?

이에 때맞춰 또 엉뚱한 뉴스가 있었다.

터무니없는 이유로 한명숙이 법원으로부터 무죄선고를 받았댄다.

마치 부활이나 환생을 한 것처럼 떠들어 댄다. 그런데 이것도 왜 하필 지금일까?

그런데, 하필 이럴 때 지금까지 물렁하게 판결하던 주한미군에 대하여 엄중하게 선고할까?

주한미군이 여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하여 징역 10년을 선고했다는데, 엄중한 처벌은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왜 이럴 때 방송 화면에선 “효선-미선 촛불시위” 여중생 아이콘과 “한미주둔군협정(SOFA) 무효”를 새긴 시위용 피켓을 비춰주는 걸까?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억지와 파행으로 좌익야당들이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 시점에 말이다.

한미주둔군협정(SOFA) 무효화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파기를 패키지로 엮으려는 모습 아닌가.

여기에다 박원순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은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그렇다면, 정용진 수모는 별개로 하더라도 나꼼수의 ‘눈 찢어진 아이’ 소동, 한명숙 부활쇼는 뭔가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과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미군 성폭행범의 처벌에 때맞추어 TV에서 바로 제시하는 “여중생 촛불시위” 아이콘과 “한미주둔군협정(SOFA) 무효” 피켓 또한 박원순의 국무회의 참석 축하 뉴스 같지 않나.

왠지 누군가 이들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오비이락은 아니지만, 한 가지 더 세밀히 들어가면, 조폭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인천에서 조폭간의 싸움에 대하여 경찰이 방관한 것을 두고 경찰청장이 꾸짖었더니 일선경찰이 오히려 반발해대는데, 왜 부산-경남지역의 조폭들만 일망타진 식으로 소탕이 잘 될까?

아직도 애국집회가 남의 일처럼 보이는가. 그래 그건 그다지 걱정마라.

박원순이 시장 되어 꼼수부리고 우파단체 돈 떨어지고 해서 앞으론 그것도 보기 어려울 것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한 가지 순진한 착각을 씻어주고 싶은 게 있다.

인민재판에서 “인민의 적”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질 때 군중 속의 우익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여러분 이건 말이 안 됩니다.”라며 눈을 부라릴 것 같지? 천만에! 순진하긴... 꿈 깨라.

가장 먼저 “옳소”하며, 가장 신속하게 일단 자구책을 마련한다.

이미 끝난 싸움 가지고, 뒤집을 수도 없는 현실 가지고 따지는 바보가 아니거든.

비정상적일 정도로 좌익들에게 날개 달아주는 뉴스가 나올 때 ‘이상하다’고 생각이 안 들겠지.

나중에 우익에 관한 뉴스가 거의 안 나올 때, 그때서야 은연 중에 ‘아차!’ 하지 말기 바란다.

지금 이명박 때문에 못살겠다는 식의 소리를 그때는 박원순-곽노현 같은 것들 때문에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식의 말이라도 꺼낼 수 있을 것 같은가?

아마 그런 말하려면 주변에 그들을 지지하는 누군가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의식될 걸.

그저 아직은 자신과 별 상관도 없는 이명박 때문에 못 살겠다고 괜시리 욕할 수 있을 때가 좋은 때인 거라.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