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를 내다보며
시대를 보는 눈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 발언과 ‘남방3각동맹의 틀에 갇혀 있을 수 없다’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해설은 한미동맹의 해체를 시사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했다. ‘효순이ㆍ미선이’로 상징된 반미감정 촉발로 집권한 노무현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국가보안법 폐지 추진에 이어 드디어 그 기본전략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혁신위원회가 대북정책의 기조를 휴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로 확정시키고 박근혜 대표의 김정일과의 회담 추진을 결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정일에 대한 국제제재가 본격화 될 시점에 난데없는 평화협정, 즉 김정일정권의 안정과 주한미군의 존재의미 상실과 통일의 포기를 가져올 이러한 발상은 실로 절망적인 것이다.
한국에서 지금 한미동맹을 절대 지지하고 김정일정권에 대한 제재를 적극 주장하는 정치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만히 내버려둔다면 대한민국은 미국과는 동맹이 해체되어 제3자적인 관계가 되고, 일본과는 소원해지며 중국과는 친밀해지고,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날이 곧 오고야 말 것 같다. 아니, 이미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사태전개는 옳은 것인가? 북한은 불법무도정권(out-law regime)의 폭정에 신음하는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지역이다. 김정일과의 공조는 민족공조가 아니라 악과의 동침이다. 중국은 우호협력해야 할 중요한 나라지만 아직 유물론 공산당 1당독재국가이기 때문에 우리와 목표와 사상이 같지 않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그 추구하는 가치에 있어서 대한민국과 일치하는 세계 제1, 제2의 초강대국이다. 미국은 지난 60년간 우리의 구원자요 원조자였고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강력한 경제협력국이었다.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일본과 적대하며 중국과 친밀하고 북한과 공조할 때의 대한민국의 운명은 쇠락 그 자체이고, 북한의 동족에게는 출구 없는 노예상태의 지속일 뿐이다. 곧 한민족의 대재앙을 의미한다.
다행히 그런 재앙은 현실화될 것 같지 않다. 김정일의 악(惡)의 돌이킬 수 없는 강팍성 때문이다. 김정일은 최근 “북한은 핵보유국이므로 6자회담은 북핵폐기회담이 아닌 군축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6자회담은 실패로 끝난 것이다. 그렇다면 핵보유 북한이 그대로 존속하게 되는가?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위험을 최대의 안보위협으로 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므로 반드시 대북제재에 나설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이 가져올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을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제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각일각(刻一刻) 닥쳐올 때 김정일은 대남도발의 모험을 감행할 위험이 크다.
미국의 대북제재나 김정일의 대남도발이나 다 사변(事變)을 뜻한다. 이 사변은 한반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현 상황은 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우려되는 장기적 재앙은 오지 않는 대신 모종의 사변이 곧 닥쳐올 수 밖에 없다.
악한 세태가 사변을 맞게 되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이겠으나, 그로 인해 민족 전체가 재기불능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빌어야 하겠다. 그리고 그 후 이 나라를 부흥 발전시킬 세력이 준비되도록 힘을 모아가야 하겠다.
발행인 金 尙 哲
미래한국 2005-04-07 오전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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