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대졸대통령론'과 '일산땅투기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른 전여옥 대변인의 거취 문제를 고심한 끝에 사퇴시키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박 대표는 지난 9일 전 대변인의 '대졸대통령론'에 대해 "당 대표로서 대신 사과한다"고 말해, 대표가 대변인을 너무 감싸고 도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14일 오후 기자와 만나 "박 대표가 이번 사태(대졸 대통령론) 때문에 전여옥 대변인을 사퇴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슨 파렴치한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발언의 뉘앙스만 가지고 잘 하고 있는 대변인을 자를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측근은 "박 대표가 전 대변인의 (거취) 문제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그러나 그 문제만 가지고 일 잘하는 대변인을 자를 수 없어서 박 대표가 공식 회의에서 대신 사과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 대변인을 대신한 박 대표의 사과는 결국 박 대표가 고심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어 그는 "박 대표가 사과한 것을 두고 '대변인의 대변인'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전 대변인을 대변하기 위해서 사과를 한 것이 아니라 당의 대표로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측근은 "박 대표는 말만 앞세우는 의원들보다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을 높이 평가한다"며 "'피와 땀의 지분'이 박 대표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전여옥 대변인이 박 대표가 얘기하는 '피와 땀의 지분'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측근은 전 대변인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스스로 대변인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최근 전 대변인이 1년여 동안 대변인을 하면서 피곤함을 호소하는 등 사퇴 의사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전 대변인이 사퇴하면 불명예스럽게 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스스로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간이 지난 뒤에 질책성 사퇴가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대변인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당내 일부 의원들은 "전 대변인이 스스로의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전 대변인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전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을 경우 당에 대한 '오만과 특권' 이미지가 해소되기 힘들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성권 의원은 "전 대변인의 발언으로 파장이 일어난 일주일 뒤에, 그것도 대표가 사과 발언을 하고 나서야 당사자가 입장을 낸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것으로 모든 사태가 정리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남경필 의원도 "박 대표의 사과는 평가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전 대변인이 사퇴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남 의원은 "입장 표명이나 당 대표의 사과를 떠나서 당사자는 당을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는 게 옳은 일인지 알 것"이라며 "(거취에 대해) 스스로 잘 판단해서 결정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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