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VS 피터 잭슨


역사상 위대한 석학들은 무수히 많지만 누군가 나에게 딱 한 사람만 꼽으라고 주문한다면 나는 서슴치않고「C·S 루이스」를 꼽겠다.「칼 바르트」가 좀 서운해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칼 바르트」는 나의 스승이지만「C·S 루이스」는 나의 스승이요, 친구다. 스승이며 동시에 친구라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C·S 루이스」를 좋아하다보니 그의 독서와 취향, 주변사람들까지 다 좋아하게 되었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인가?「C·S 루이스」와 평생동안 우정을 나누었던「J.R.R 톨킨」은 그런 점에서 나의 친구다.

나는 ´해리포터 시리즈´ 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영화화되어 맞대결을 펼칠 때마다 어느 쪽이 승리할 것인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는데 영락없이 ´반지의 제왕´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임으로서 나를 매우 흐믓하게 만들곤 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뉴에이지 잡탕이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매우 견고한 세계관에 기초하여 펼쳐지는 환타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지의 제왕´ 원작자가 나의 친구「J.R.R 톨킨」이라는 점이다.

´반지의 제왕´은 참으로 위대한 작품이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처럼 여겨졌는데 그 이유는 이 위대한 작품의 스케일과 구성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의욕만 가지고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용두사미 꼴이 나기 쉬운 작품이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은「피터 잭슨」이라는 걸출한 감독을 만남으로서 원작을 영상화하는데 성공하였다. ´벤허´를 영화화한「윌리암 와일러」는 작업을 마치고 시사회를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영화에 스스로 감격하여 "오, 주여! 진정 이 영화를 제가 만들었습니까?" 하고 탄복하였다.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3부작도「윌리암 와일러」에 비견할만한 업적이었다. 더구나 이 영화는「피터 잭슨」의 조국 뉴질랜드에 엄청난 부가가치와 명예를 안겨주었다. ´반지의 제왕´ 원작자「J.R.R 톨킨」은 남아프리카 출신의 영국인이었으나「피터 잭슨」의 영화로 가장 큰 재미를 본 나라는 남아프리카도 영국도 아닌 뉴질랜드였다. 그것은 단지「피터 잭슨」의 조국이 뉴질랜드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전부 조국 뉴질랜드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했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 첫 시사회도 할리우드가 아닌 뉴질랜드에서 열렸고 이 행사를 위해 한 다국적 기업은 2500만 달러의 광고비를 쏟아부었다. ´반지의 제왕 장관´ 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뉴질랜드의 에너지부 장관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첫 선을 보인 2001년 이후, 400만명의 관광객이 뉴질랜드를 찾아 관광수입만 38억달러에 달해 주력수출품인 농산물수출액에 육박하고 있다" 고 밝혔다. 그는 영화 ´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를 관광하는 주요요인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쯤되면 ´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피터 잭슨」은 웬만한 감독이 일평생 하나쯤 만들까 말까한 걸작을 연이어 3편을 완성시켰으며 벌써부터 평론가들에 의하여 금세기 최고의 영화로 평가받는 ´킹콩´을 만들었다. 영화 ´킹콩´의 제작이「피터 잭슨」의 ´평생의 꿈´이란 사실을 안 유니버셜 영화사는 영화사 간부를 직접 뉴질랜드에 보내「피터 잭슨」에게 흥행수익의 20%를 제안하며 ´킹콩´ 제작을 통사정하였다. 흥행수입의 20%? 감독에게는 전례 없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흥정이었다.

´킹콩´의 시사회는 한마디로 감격의 도가니였다고 한다. 재미와 완성도로 볼 때 이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반지의 제왕´을 훨씬 뛰어넘는 흥행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흥행수입의 20%를 거머쥐게 될「피터 잭슨」은 천문학적인 수입을 얻게될 것이다. 영화 ´킹콩´은 뉴욕 프리미어(시사회)에서 언론과 관객들로부터 ´세기의 걸작´ 이라는 평가와 함께 ´스티븐 스필버그를 뛰어넘는 감독´ 이란 찬사를 안겨줬다. 국내의 한 영화전문사이트는 "(킹콩을 본 이후)모든 영화가 시시해 질 것" 이라고 극찬하였다.

내일 모레(14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개봉되는 ´킹콩´은 영화사의 획을 긋는 또 하나의 전설로 남게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전세계 흥행수익의 20%가 뉴질랜드의 국립은행으로 속속 입금될 것이다. 그룹「비틀즈」가 영국에 끼친 경제적 이익으로 인하여 엘리자베스 여왕 생일 때 멤버 전원이 기사작위를 수여 받고 국민영웅이 된 것처럼「피터 잭슨」도 뉴질랜드의 국민영웅이 되었다. 그는 어쩌면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뉴질랜드인´ 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나는「피터 잭슨」으로 인하여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뉴질랜드인들을 생각하면서 갑자기 황우석 교수가 떠올랐다.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 아직까지 윤리적인 문제가 남아있고 완성을 향한 고되고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이 얼마나 꿈같은 일인가? 장님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일어나는 기적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인류역사상 최고의 프로젝트인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가 황교수 팀에 의하여 완성된다면 그로 인한 대한민국의 경제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웬만한 산유국 이상 가는 富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피터 잭슨」이 부러운가? 그러나 「피터 잭슨」은 황우석 교수에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전세계의 과학계가 부러움과 시샘으로 황우석 사단을 지켜보고 있었고 대한민국의 온 국민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MBC PD수첩이 거기에 찬물을 확 끼얹고 말았다. 그 방면에 아무런 식견도 없는 무리들이 황교수의 논문과 연구업적의 진위를 따지겠다고 대들었고 자신들의 스토리를 꿰맞추기위하여 미국에까지 날아가서 연구원들에게 협박공갈을 하였다.

온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중에도 PD수첩측은 황교수의 논문 첨부자료에 실린 줄기세포사진이 조작되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신원을 밝히지 않겠다고 약속한 연구원의 신원은 물론, 그와의 녹취록까지 공개하였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는 황교수가 죽든, 연구원이 목을 매든, 대한민국이 작살이 나든 전혀 괘념치 않겠다는 태도다. 이 얼마나 끔찍스런 인간들인가? 그러나 그들은 자기 무덤을 팠다. 황 교수는 참다못해 서울대에 자체조사를 의뢰하였다. 그는 또한 모든 의문을 일소할 후속논문을 곧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만약 한국팀의 어떤 선수가 동료선수의 인기를 시샘하여 그의 결정적인 골 챤스를 일부러 방해했다면, 그리고 그로 인하여 한국팀이 8강이나 4강에서 탈락했다면 그는 아마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제 2의 이완용이 되어 국민들에게 두고두고 지탄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MBC PD수첩은 정확하게 그 짓을 하였다. 만의 하나, 그들의 주장(사진조작)이 설령 옳았다하더라도 그것은 연구성과의 과장이지 본질적인 오류가 아니다. 저들의 매국질은 머지않아 그 전모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