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사태, 채동욱 사태, 교과서 사태 등 이것저것 씨부리고 싶은 것도 많지만, 찔끔찔끔 메모해둔 것 정리하다가 차세대 전투기 도입 건을 두고 말이 많아서, “비전문가” 시각의 상식적 수준에서 평가해본다.

100미터 전방에서 시속 360km(초속 100m)로 지나가는 비행기와 1000미터 전방에서 시속 2,500km(마하 2)로 지나가는 비행기가 있을 경우, 시야 각속도는 어느 것이 더 빠를까?

삼각함수로 계산하기 귀찮으니 그냥 사람을 중심으로 원주를 그리며 지난다고 가정하면, 100미터 전방에서 시속 360km로 지나가는 비행기는 1초에 1라디안(약57도) 정도 움직이지만, 1000미터 전방에서 시속 2,500km로 지나가는 비행기는 1초에 0.7라디안(약40도) 정도 움직인다.

즉, 실제속도가 느리더라도, 근접할수록 각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진다는 얘기다.

이를 적용하면, 국산훈련기 T-1이 목표물에 근접하여 휙 지나가는 것이 고공에서 초음속으로 지나가는 것보다 시야 각속도는 더 빠르다는 것이다.

더욱이 산이 많은 한반도에서 고공초음속 상태에서 원거리 정밀타격을 위한 비싼 초음속기나 스텔스기 보다는 지근거리까지 비교적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펠러기의 저공비행이 훨씬 실용적이라는 소리다.

아무리 빨라봐야 미사일보다는 빠를 수 없고, 아무리 스텔스라고 하더라도 착륙상태에선 무용지물인 점과 그 스텔스 기능마저도 감지해버릴 레이더가 등장한다면, 스텔스기라는 것들은 문제가 있으며, 그중 F-35는 더욱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얘기를 약간 돌려서, 2차 대전 중 최대접전이었던 독-소전에서 본 동원력 문제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자.

초기 독소전에서 소련은 희생이 더 컸지만 승산이 있었다.

소련은 추가동원이 가능하지만, 독일은 추가동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많이 들먹이는 킹타이거 전차를 비롯한 독일 전차군단의 전차들도 부품수가 적고 댓수가 많은 T-34전차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외에도 당시 T-34는 표면을 빗면으로 설계하여 더 얇은 철판두께로도 더 높은 장갑기능을 발휘한 최고의 혁신제품이었다.)

여기서 간단히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은 “비싸면 불리하고 많으면 유리하다.”는 것이다.

즉, 기술력과 경제력보다는 동원력이란 거다.

또 하나 재미난 비교를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총열이 긴 총은 총열이 짧은 총보다 훨씬 멀리 간다.

작약의 힘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탄속이 더 빠르기 때문인데, 화살을 멀리 쏘려고 할 때 활을 많이 잡아당기는 것이라든지, 입으로 5cm 길이 대롱 물고 불어 쏜 물체와 20cm 길이 대롱 물고 불어 쏜 물체의 사거리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긴 총열로 인해서 얻어지는 속도 때문에 장총의 탄속은 권총보다 몇 배나 더 빠르고 위력은 훨씬 강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왜 서부영화에나 자주 등장하는 속사결투에서는 장총을 사용하지 않을까?

이는 총알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시간차이는 두 사람 사이에서 천분의 1초인 반면, 총을 뽑는 데서 동작에서 발생하는 시간차이는 그 백배인 10분의 1초이기 때문이다.

즉, 성능이 3분의 1밖에 안 되어도 충분히 살상력이 있고, 100배의 시간차이가 나는 총을 뽑는 시간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속사결투는 살상력이 약하더라도 권총으로만 하는 것이다.

다시 이번 FX으로 돌아가 보자.

스텔스(stealth)라는 개념은 모르긴 해도 고공에서 기체의 구조나 표면의 도료 등에 의해서 레이더 전파나 적외선 센서에서 들키지 않는 기술을 말하는 것 같은데, 실은 가까이서 육안으로 보면 스텔스 기종이 아닌 것과 똑같이 잘 보일 뿐만 아니라, 착륙상태에선 무용지물인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스텔스(stealth)라는 말은 ‘숨는다’는 뜻이다.

즉, 저가 프로펠러기(우리의 T-1)로 레이더에 들키지 않으려고 저공비행하여 근접공격을 한다면 이 또한 스텔스 아닌가.

그리고, 현대의 공중전에서도 흔히 말하는 초음속 상태로 움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이라크‧아프간 전에서 피아식별이 승부의 핵심요인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첨단무기의 효능이 너무 과장된 측면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원거리를 고공침투하여 선제공격하는 용도가 아니라면 흔히 말하는 스텔스기는 과도한 유지비용 때문에 “데려다 모시는 데만 공을 들여야 하는 애물단지”라는 뜻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첨단과학이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첨단 기술과 정보? 바로 옆 사람에겐 무용지물이라는 거다.

가령, 삼성전자가 돈 많이 벌어봐야 전부 표시단위 같은 허깨비였지 물적 동원력에 기여한 게 있던가?

오히려 해상봉쇄로 인하여 석유공급이 차단될 때, 낡은 증기기관차라도 운용하는 북한이 더 유리한 지도 모른다.

즉, 화려한 대응이 아닌 합리적 대응방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 F-15SE를 두고 스텔스 성능이 부족하고, 기체가 너무 오래된 모델 어쩌고 하는데, 그렇다면 아직도 개발로 시간 보내는 F-35를 선정한다고 조용할 것 같은가.

아마도 미완성‧미검증이라며 더 시끄러웠을 것이다.

결국 이들의 주장은 이래도 틀렸고 저래도 틀렸다는 식으로 공군력 확충 사업을 지연시켜 우리의 제공권을 약화시키려는 의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본다.

그래서 비전문가적 상식으로 위에 열거한 이유들을 감안하여 나름의 방안을 생각해 본다.

첫째, FX 사업에서 도입하는 기종은 F-15SE가 맞다.

스텔스 성능이 그다지 못미더워도 나머지 부문에선 비록 오래된 모델이라 하더라도 아직도 최고의 성능을 가진 검증된 기종이기 때문이며, 스텔스 탐지 레이더가 등장할 경우 매몰비용도 적기 때문이다.

둘째, F-4, F-5 도태에 따른 공군기의 숫적 열세는 T-50 같은 국산기종으로 확충하는 게 여러모로 합리적이다.

성능싸움이 아닌 숫자싸움도 절대로 무시 못할 요소인데다, 국산이므로 제조와 정비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본 자위대가 신형무기를 도입할 때 기존의 사용하던 구식무기를 따로 손질하여 보관함으로써 동원시 숫적열세를 대비하는 자세를 배워야 할 것이다.

셋째, 이왕이면 근접교전의 저공지원을 위하여 T-1 같은 국산기종을 육군에서 운용하는 게 좋다고 본다.

근접 저공비행 할 경우 시야 각속도가 매우 빠른 점도 있고, 긴급히 지원해야 할 경우에 같은 육군인지라 지휘계통이 빠르게 전달되고 용어소통이 원활한 잇점이 있으며, 항공저변을 확장시키는데 비용도 적게 드는 잇점이 있다고 본다.

어차피 결정적 무기인 핵을 가지지 않고선 남들 알지도 못하는 성능 가지고 따지지 말자는 거다.

끝으로 이번 FX 사업예산이라고 하는 8조 몇 천억 원의 크기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자 한다.

8조 몇 천억 원은 대략 80억불인데, 이는 우리나라 1년 수출액의 1.5%다.

그것도 한꺼번에 지불하는 게 아니라 수년간에 걸쳐 띄엄띄엄 연불방식으로 지불하므로, 실제로는 1년에 20억불씩 될려나 모르겠는데, 그 정도면 우리나라 수출액의 0.4%도 안 되는 금액이다.

연간 20억불을 2조원으로 쳐도 복지예산 100조원 앞엔 세발의 피다.

개인재산으로 보면 엄청난 돈이지만, 국가경제로 보면 뭐가 그리 큰 금액이라고 눈을 빨갛게 뜨고 감시하는지 모르겠다.

혐군적 반역정서의 발로가 아니라면 말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