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이데올로기의 성역을 허물기 위해 쓴 글을 공격하는 것은 학문적 다양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동국대 강정구(사회학과) 교수에 대한 공판이 3일 열려 6·25전쟁의 성격과 미국의 역할, 북한 정부의 정통성 등을 놓고 강 교수와 검찰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진동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강 교수는 “수사기관이 학자의 견해 표시를 문제삼는 것은 학문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은 글을 통해 ‘자본주의를 채택한 남한에는 역사적 정통성이 없었다’ ‘한국전쟁은 민족 자주·외세의존 세력 간의 전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펴지 않았느냐”고 신문했다.
그러자 강 교수는 “검찰은 글의 내용을 단순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6·25전쟁에 외세가 부당하게 개입한 것은 맞고 남한은 아직도 군사적 분야에서 신식민지적 성격이 짙다”고 반박했다.
강 교수는 또 “1989년 이전 3번의 한반도 전쟁 위기는 모두 미국이 주도했으며 1989년 이후 겪은 8번의 전쟁 위기도 서해교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에 의한 것”이라며 “한반도 전쟁 위기의 원인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가 된 기고문에서의 북방한계선의 의미와 맥아더에 대한 평가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한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학문하는 사람은 북한의 주장과 남한의 주장이 뭐든 별개의 문제다. 학문적 분석에 의해 이렇게 나와서 이렇게 한 것일 뿐”이라며 “북한의 주장과 같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인격 모독이고 학문적인 폄하”라고 반격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당초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이뤄질 계획이었으나 강 교수의 모두발언과 검사의 주신문이 2시간 가까이 진행돼 3월 10일 오후 3시로 정해진 다음 기일로 미뤄졌다.
〈미디어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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