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노무현정부 비리 눈감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출범하자마자 각종 위원회를 무더기로 만들었다. 동북아위, 정책기획위 같은 일부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은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이 소관 행정부처들을 제치고 각종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 '월권' '위법' 시비까지 자초했다. 비판적인 여론이 일자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불러달라. 일만 잘하면 그만"이라고 어깃장까지 놓았다. 감사원은 노 정권 5년 동안 사실상 이 논란에 눈 감고 입 닫았다.
그랬던 감사원이 29일 '정부 위원회 정비 방안 마련 촉구'라는 제목의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현 정부가 뜨고 2개월여 만의 일이다. '정부 위원회 정리'는 대통령직인수위 때부터 여러 차례 공표된 이 대통령의 확고한 방침이다. 이러니 새 정부 입맛에 맞춘 '코드 감사', 이 대통령에 대한 '진상(進上) 감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이 정부 들어 비슷한 일을 자주 벌였다. 3월 10일에는 "한국전력, 산업은행 등 31개 공공기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섰다. 민영화 등 공기업 구조조정은 현 정부의 역점 정책 중 하나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정부의 이 일에 추진력을 주리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감사원 전략감사본부가 최근 만들었다는 '혁신도시사업' 보고서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노무현 정부가 혁신도시의 경제효과를 외부 용역 조사결과보다 세 배 부풀려 발표했다'는 내용이었다. 혁신도시는 노 전 대통령이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인 일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이 정책의 '재검토'를 시사해 왔다.
"부산 동아대 S총장이 문화재 조사 용역비 수십억원을 유용했지만 지난해 5~7월 15억원을 반납했다"는 감사원의 지난 22일 발표를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1년여 전에 캐낸 비리를 이제야 공개했음을 실토한 셈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전 정권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감사원은 정부 정책에 문제가 제기되면 즉각 점검에 나서 바로잡는 게 제 할 일이다. 국가에 짐이 될 게 뻔히 내다 보이는데도 정권의 관심 사업이라고 해서 가만히 엎드려 있다 그 정권이 끝난 뒤 뒷북치기에 나서는 건 전형적인 '정치 감사'란 지적이다. 지금 감사원의 모습이 꼭 이렇다는 말이 많다. 일부에서는 현 상황을 전윤철 감사원장의 유임문제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는데, 감사원은 펄쩍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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