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고, 애들에게 얘기해봤자 이상한 취급을 받으니까 이렇게라도 씁니다. 그런데 저 인터뷰는 하지 말아 주세요. 조용히 학교 다니고 싶거든요. 그런데 익명으로 쓰는 것도 무섭습니다.”(에듀리크스에 올라온 제보글 중)

최근 일부 교사들의 이념적·정파적 수업을 쟁점화시켰던 학생들의 제보가 주춤하고 있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입단속’을 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근래 들어 좌편향 수업을 제보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졌었다. 이들은 10대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를 중심으로 녹취 파일을 올리거나 자신이 경험한 교사의 편파적인 수업 내용을 올려 공론화시켰다.

문제가 된 내용 대부분은 현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비난하고, 이른바 보수우파 성향의 정치인들을 공격하는 등 편파적인 색채가 강했다. 심지어는 독재로 점철됐다며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고 북한의 주장을 답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좌편향 수업의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오히려 학생들의 고발은 줄어들었다. 이른바 ‘고발자’ 색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올라왔던 녹취 파일들은 거의 삭제된 상태다.

녹취 파일이 올라왔던 사이트들에는 현재까지도 좌편향 수업 사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난데없이 문학 선생님이 시사 수업을 하겠다더니 FTA독소조항만 1시간 내내 설명했다. 원래 하는 짓이 빨갛긴 했는데 거짓으로 판명된 것까지 사실인 양 말했다’ ‘사회 선생님이 6.25는 우리가 먼저 북한을 침략한건데, 나중에 독재정권이 진실을 은폐한 거다, 미국은 우리의 주적이니 하루빨리 통일해서 대항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 등의 경험담이 이어진다.

하지만 “신고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학교 생활 복잡해지기 싫으면 관둬라” “공부를 아주 잘하지 않으면 조용히 있는 게 낫다”는 충고가 붙는다.

경남의 A고등학교의 경우, ‘녹취 파일’로 학교가 뒤숭숭해졌다. 문제의 교사로 지목된 B교사가 ‘고발자’를 찾겠다고 나선 것이다. 녹취 파일에 얼핏 들리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근거로 해서 용의자를 압축해 ‘니가 한 짓이 아니냐’고 의심스러운 학생을 추궁했다. 녹취 파일을 올린 학생은 “선생님이 법적인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하면서 화를 내신다는데 무섭다"고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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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녹취 파일이 기사화된 C학교는 해당 학생이 완전히 ‘묻혔다’. ‘원래 문제가 있던 학생’ ‘의도적인 편집’ 등의 비난이 쏟아졌고, 학생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돌면서 해당 학생은 마음고생을 심하게 앓았다. 결국 녹취 파일을 삭제하고 학생은 입을 닫았다.

헌법 제31조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도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제6조)고 중립성을 강조한 데 이어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4조)고 교원의 의무를 적시했다. 그럼에도 좌편향 수업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일상화되고 있다.

경기도의 D고등학교는 E교사는 평소 수업시간에 정치적 성향을 자주 드러냈다. 주로 북한과 관련된 주제들이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건 자기 보호를 위한 것이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천안함을 북한 소행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학생들에게 공공연하게 했다. 쿠바의 혁명가이자 남아메리카의 게릴라 지도자인 체 게바라에 심취해 ‘정의를 위한 혁명’을 강조하는 등 매 수업시간마다 자신의 사상을 말하기도 했다.

같은 학교의 F교사도 현 정부와 특정 세력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수업시간에 여과없이 표출했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 이명박 대통령을 죽이겠다”고 말하며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황구지리시위에 참여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황구지리시위는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해 벌인 시위로, 반미반전 단체들이 참여했었다. 이 교사는 4대강에 부정적이었던 견해를 밝힌 뒤 수행평가로 4대강을 조사해오라는 과제를 낸 적도 있다.

이들 교사에 대해 D고등학교 졸업생은 “E교사는 종북주의자로 불릴 정도로 북한을 옹호하는 주장이 심했고, F교사도 반정부적인 주장을 되풀이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쳤다”며 “수업은 재밌었지만 알맹이가 없었고, 진도 빼기도 급급했다. 불만스러웠지만 내신에 불이익을 받을까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점점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 역시 ‘배신자’로 낙인찍힐까 침묵을 택한다. 입학사정관제와 수시모집 등 대학입시제도가 변하면서 학생부의 비중이 늘고 그에 따라 선생님의 권한이 커지면서 학생들은 ‘일단 참고 보자’는 식인 셈이다.

특히 물의를 빚은 교사 대부분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인 탓에 전교조와 진보좌파 성향의 언론매체가 ‘왜곡, 과장보도’라며 ‘고발학생 = 수구꼴통’으로 몰아가면서 좌편향 수업에 문제제기하는 건 더욱 어려워졌다. “선생님 그만 하시라”고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경우 해당 학생은 비난을 받거나 미운털이 박히는 일이 다반사다.

전학을 가도 “걔는 수꼴” 꼬리표가 붙어 전교조 교사들의 공격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인 조모씨(21)는 고등학교 때부터 보수우파적인 발언을 자주해 전교조 교사들로부터 “꼴통XX”라는 욕을 들었다. 아예 교사가 나서서 “저런 놈이랑 어울리면 꼴통이 된다”며 학생들에게 어울리지 말 것을 종용해 자퇴를 심각히 고려했었다.

교사들의 정치편향 제보사이트인 ‘에듀리크스’를 운영하고 있는 곽도훈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한청련) 대표는 “일주일 사이에 제보가 십여건 이상 들어올 정도 부쩍 늘었다”며 “그런데 ‘내 이름이 안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들도 있고, 요즘 기사화되면서 학교마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신고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면서 은근히 (고발) 못하게 분위기를 유도한다고 한다. 그래서 ‘솔직히 지금 무서운데 자세한 건 말 못하겠으니 자발적으로 알아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막상 제보를 하고도 전화나 문자를 피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그 정도로 좌편향 수업에 대해 학생들이 고발하는 걸 단속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학생들이 보수든 진보든 지나치게 정치적인 수업을 불편해한다. 다양한 의견을 갖게 하자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과 주장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전교조가 말하는 획일화 아니냐. 자기 검열과는 분명히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