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현재, 민주노총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집단 가운데 하나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철도와 항공기가 멈추고 전기공급이 끊어지는, 제대로 된 총파업을 하겠다”고 말했을 만큼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노조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업의 생사(生死)가 좌우되는 나라다. 모 신문의 지적대로, ‘대한민국에선 회사가 주차장을 멀리 옮긴다는 이유만으로 파업을 할 수 있고 노조는 젊은이들에게 돈을 받고 일자리를 파는 취직 장사를 해도 된다는 비정상적 사고방식이 통용되는 치외법권적(治外法權的) 존재가 돼버렸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노조 가입률은 2008년 1월 현재 5% 미만이다. 전체 근로자의 20분의 1도 안되는 인원만이 민주노총 조합원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소수의 인원만으로 ‘철도와 항공기가 멈추고 전기공급이 끊어지는, 제대로 된 총파업’을 기획할 수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노동조합이 ‘인력시장에서 공급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어떤 상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 많을수록, 다시 말하면 경쟁자가 많을수록 소비자의 이익은 늘어난다.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 다른 회사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중파 방송의 경우 대한민국 국민의 선택지는 그다지 넓지 않다. 국공영 방송사 두 곳과 민영 방송사 세 곳 중에만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의 우위나 품질 및 가격 혁신에 기반하지 않은 독과점은, 소비자들의 이익과 복지를 독과점 공급자에게 몰아주는 속성이 있다. 독과점 체제 하에서 혜택을 보는 공급자들은, 상황을 개선하거나 품질을 혁신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누리는 특혜가 유지되는 쪽으로 모든 노력을 경주하게 마련이다. 그 편이 들이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기대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노조가 약자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독립신문은 사회적 강자인 민주노총에게 사회적 강자에게 걸맞는 행동양식, 즉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하라고 요구한다.
독점(獨占)보다는 과점(寡占)이 낳고, 과점보다는 자유경쟁(自由競爭)이 좋다. 한 회사 안에 하나의 노조가 존재하기 보다는, 복수의 노조가 존재하는 편이 국민들에게 훨씬 더 이익이라는 뜻이다. 막바로 자유경쟁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 한 조직이나 직능군 안에서 다수의 노조가 서로 경쟁하는 것도 그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독선과 무능으로 점철된 단일노동조합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현실적 제어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 터이다.
독립신문은 따라서 최근에 닻을 올린 뉴라이트 신교직원 노동조합과 문화방송 제2노조의 출범을 환영한다. ‘선택의 여지’가 있는 사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회보다 우월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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