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리의 사람들이 '일제시대가 있었던 탓에 조선이 근대화가 되었다'라고 주장한다.
그 사람들이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는 일단 보류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하는 지에 대한 자세한 논의도 보류하고, 여기서는 '일제 덕에~'라는 식의
주장에 대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반박하는지 얘기해본다.
"일부에서는 일제가 영국 등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과 달리 현대식 교육을 보급하여
후일 한국 등 식민지들의 성공에 기여했다고 하지만 45년 광복 직후 우리의 문맹률은 78%로
영국 식민지였던 말레이시아의 62%(47년), 짐바브웨의 64%(45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경제학)
위 주장에 따르면 일제시대를 거친 해방 조선은 문맹률 78%의 '못배운 사회'라는 말이다.
국정교과서 역시 '인문교육'을 배제하였다고 서술하고 있지 않은가? 일제는 조선인들이
역사에 대해 배우거나, 사회체제에 대해 논하는 것보다는, 기술을 익혀 자신들의 식민지 체제에
잘 적응하기를 바랬다고 - 지금까지 우리는 배워왔다.
그런데, 일본인도 아닌 한국 사람이, 그것도 대학교수가 그게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바로 동국대 강정구 교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1946년 미 군정청의 여론조사에서 공산·사회주의 지지는 77%, 자본주의 지지는 14%였다”
“당시의 조선 사람 대부분이 원하는 것이면 그 체제를 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인문사회 교육에 대한 기회를 총독부에 의해 철저히 배제당한 조선인들이, 78%의 문맹률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의미와 내용은 물론 그것이 해방된 조선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77%나 지지를 했으니 그것을 따랐어야 했다는 이야기인데..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강 교수의 주장이 타당하려면 (1) 일제가 조선인들에게 글은 안가르쳤어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해서는 확실히 가르쳤거나 (2) 공교육 기회가 봉쇄된 조선인들이 사교육을 통해
뛰어난 인문사회 지식을 가졌기 때문에 문맹률 78%는 허구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너무나 말도 안되는 넌센스들이다. 결국 강정구 교수는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수치를
전후 사정도 고려하지 않고 제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런 설익은 주장에 선동 당하는
사람들은 나무를 볼 때 숲도 함께 봐야 한다.
60년전 여론조사에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강 교수에게 한 사람을 소개하고 싶다.
바로 왕정구(王政求)씨다. 2005년에 1946년 여론조사를 제시하는 강정구 교수의 생뚱맞음을,
1945년 해방이 되자 1910년의 여론을 근거로 '조선 사람 절대 다수가 왕정(王政)을 지지했다'며
왕정복고(王政復古)를 주창한 왕정구씨의 경우와 비교해보라.
다행히 해방 당시의 조상들은 현명한 사람들이었기에 이런 엉터리 주장을 한 사람들이 발붙일 곳이
없어서 후손인 내가 가상의 왕정구씨를 만들어야 했는데, 2005년을 사는 우리들은 부끄럽게도
강정구씨의 황당한 주장을 연일 언론에서 봐야 한다. 더구나 그런 주장에 '옳소!'를 외치며
맥아더 동상을 향해 죽창 들고 달려가는 21세기 한국인들의 '실질 문맹률'이 OECD 국가중
꼴찌에 속한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뉴스가 아니었다.
176017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