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합작과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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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의 현대사를 읽을 때마다, 중국 국민당을 이끌던 장개석의 몰락을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나는 내 민족과 조국의 안위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기에 더욱 그렇다.

만약 장개석이 모택동의 중국공산당을 물리치고, 중국대륙에 미국의 자유민주 이념을 이어받은 자본주의 국가를 세웠더라면, 우리가 분단국가로 남을 이유가 없었으며 또한 김일성도 6.25도 없었으리라 믿는다. 설령 분단이 되고 6.25가 일어났더라도 중국군의 참전은 없었을 것이고, 우리는 UN의 주도 하에 자유민주 이념과 상해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통일국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가슴 아프게 우리 민족의 비극을 막아주지 못했다. 장개석은 모택동이 이끄는 중국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하고 대만으로 물러갔다. 바로 그 패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바로 장학량이 일으킨 2차 국공합작이었다.

이 국공합작이란, 중국국민당과 중국공산당이 맺은 2회의 협력관계를 말한다. 제1차(1924∼27)는 쑨원에 의하여 북방 군벌과 그 배후의 제국주의 열강를 상대로, 제2차(1937∼45)는 장학량에 의해 벌어진 시안사건을 배경으로 일본제국주의에 대하여 통일전선이 조직된 것으로, 전자는 국민혁명(北伐)시에, 후자는 항일전쟁시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특히 제2차 국공합작은 장개석의 몰락을 재촉한 대사변이었다. 당시 국민당군의 포위를 벗어나 만리 대장정(大長征)을 시작한 중국공산당은 1935년의 8·1선언에서, 만주사변 후에 본격화된 일본의 중국 침략에 대항하는 항일 민족통일전선을 제창하였다. 이에 부응한 장학량은 시안[西安(서안)]사건을 일으켜 장개석을 감금하고 국공합작을 강요하였다. 내전중지(內戰中止)·일치항일(一致抗日)의 주장에 굴복한 장개석의 국민당도 정책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일본의 선제공격으로 1937년 7월 중일전쟁이 개시됨과 함께 국공합작이 구체화되었다.

그리하여 홍군은 팔로군(八路軍)·신사군(新四軍)으로 개칭되어 전선으로 향하였다. 국민당은 오지(奧地)에 충칭[重慶(중경교섭)]정부를 세우고 공산당의 변구(邊區)정부를 포위할 태세를 취하였으나, 중국공산당은 게릴라전을 전개하여 일본군의 배후에 항일 근거지를 확대해 갔다.

1945년 이같은 전선배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공 양당은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맞이하였고, 생사를 건 내전에 다시 돌입하게 되었다. 내전이 끝난 1949년에 국민당정부는 타이완으로 건너갔고, 대륙에는 중화인민공화국 정권이 수립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역사의 가정(假定) 속에서, 내가 이 국공합작이 없었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가 바로 멸망 직전에 처했던 모택동이 이 국공합작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장개석이 항일전선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을 때, 모택동은 일본군의 후방에서 게릴라전을 전개하며 농촌으로 파고들어갔다. 그리고 세력을 확장하고 만리대장정의 난관을 극복하면서 얻은 고난을 에너지로 바꾸어 그들은 불굴의 의지로 중국대륙을 통일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이 모택동이 보여준 전술이 바로 지금 한반도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김대중과 김정일이 합작한 6.15선언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그 음모를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남한적화를 목표로 하는 북의 김정일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과거 모택동처럼 ‘내전중지(內戰中止)·일치항미(一致抗美)’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대중과 더불어 6.15라는 새로운 형태의 국공합작을 하였고, 김대중은 이 선언과 구호를 ‘평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였다. 마침내 이들이 외치기 시작하자, 한반도는 자유민주의 질서를 상실하고 미치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내전중지(內戰中止)·일치항미(一致抗美)라는 주술은 미군철수 시위집회로 이어지고, 그 주술(呪術)에 휩싸여 남한 내에도 숨어있던 공산주의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민노당을 정점으로 자생한 공산주의자들과 빨치산 또는 간첩 출신의 미전향장기수로 구성된 통일연대가 6.15를 지지하며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는 한총련과 전교조라는 이적단체(利敵團體)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한총련은 혈기왕성한 대학생들로 행동의 전위(前衛)를 담당하고, 전교조는 초중고에서 어린 학생들을 의식화하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전교조는 남한 내 적화통일세력 확장을 위한 인적자원을 기르고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물자가 북으로 올라가고 김정일은 힘을 회복하고 있었다. ‘서울불바다’를 외치던 자들이 드디어 핵을 완성하고 핵국가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더더구나 남한 내에는 전교조가 기른 어린 학생들이 반전평화라는 명분 속에서 적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있었다.

오늘 한반도 상황을 살펴볼 때 김대중, 그는 70년 전 사지(死地)에 처한 모택동을 부활시키고 장개석과 국민당을 몰락시킨 장학량이라 할 것이다. 김대중 그로 인해 김정일은 남한 적화를 위한 힘과 기회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일 정권의 존립 이념이 남한 적화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런 그들이 천지가 개벽하는 한이 있어도 적화통일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하여 그 모든 것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내 어린 자식들은 학교에서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적화통일일꾼이 되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미국을 부정하면서 세계화를 거부하고 고립되어도 통일만 되면 좋다는 비뚤어진 통일이념의 희생자. 기어이 김정일과 빨치산을 추모하면서 통일일꾼으로 전락해 가는 사랑하는 내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