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그간 “썬앤문 측으로부터 10만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게 어제 드러났다. 이씨는 검찰에 출두하면서 “1억원을 받아 당시 민주당에 전달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은 “이씨로부터 돈을 받은 적 없다”고 일축하고 있어, 이 시점에서 그의 고백 또한 여전히 신뢰를 받지 못한다. 노 대통령이 집권 초 이씨 같은 386 참모를 중용하는 ‘코드인사’를 한 것은 도덕성과 정직성을 큰 가치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의 이번 부정직한 행태로 볼 때 노 대통령의 인사정책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씨는 대선 전후 다른 기업으로부터도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오래 전 썬앤문 전 부회장 김성래씨의 녹취록에서도 돈을 준 것으로 나와 있어 검찰로선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 그런데도 검찰이 이렇게 뒤늦게, 그것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 국회에서 처리되자 그를 소환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힌 배경이 뭣인지 헷갈린다. 이씨가 막판까지 시치미를 뗀 것은 정부와 검찰이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혹시라도 이런 것이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로 빚어진 것이라면 송광수·안대희 팀의 인기는 거품일 뿐이다. 검찰이 ‘차떼기’ 수법 등 한나라당의 비리 수사에선 큰 성과를 보이면서도, 노 대통령 주변 수사에 대해선 지지부진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노 후보 캠프에도 불법자금 수백억원 유입설이 나돈 지 오래다. 정경유착을 근절하기 위한 대선자금 수사라면 한나라당 못지않게 권력을 잡은 노 후보 캠프에 대해서도 추상 같아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편파수사라는 지탄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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