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 공략 불가. 배 뒤쪽으로 올라타라!"

지난 28일 오전 7시 40분쯤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서방 24마일 해상. 무허가 조업이 확인된 중국 어선 2척의 두 측면에 거대한 철망이 버티고 있었다. 양쪽 길이 70m에 높이는 1.5m에 달했다. 게다가 길이 1m가 넘는 쇠막대가 어선 양쪽에 수십개씩 노처럼 수평으로 꽂혀 있었다. 이 때문에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500t급 어업지도선은 무허가 조업을 확인하고도 선뜻 접근을 시도할 수 없었다. 대원들이 평소처럼 측면 계류를 시도하더라도 철망과 쇠창이 가로막고 있어 승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어업지도선에서 내려진 고속 단정에 탄 사람들은 어업 감독 공무원 8명. 3단봉·전자충격기·가스총으로 무장했지만 단련된 해경 대원들처럼 중국 선원들과 육박전을 벌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업지도선은 중국 선원이 별로 없는 선미에 계류해 제압하기로 했다. 선미 아래에는 스크루가 돌고 있어 승선 도중 바다에 추락한다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다행히 대원들이 무사히 배에 올라타 중국 선원들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중국 선원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이날 서해어업관리단은 철망과 쇠창으로 무장한 100t급 저인망 중국 어선(철선) 2척을 나포했다.

어선 2척에는 중국인 선원 23명이 타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어선 2척은 곧바로 담보금 5000만원씩 낸 뒤 풀려났다. 해경은 이 중국 어선들을 넘겨받아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으로 추방했다.

서해어업관리단은 "1~2년 전부터 배 주변을 철망으로 두르고 쇠창을 꽂은 중국 어선이 출몰하고 있지만 나포가 쉽지 않았다"며 "이런 배를 실제 나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관리단은 "해경과 어업관리단의 승선을 막으려는 중국 어선의 교묘한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해어업관리단은 지난 17일부터 12월 말까지 어업관리선 15척을 투입해 백령도부터 전남 보성 앞바다까지 이르는 해역에서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현재까지 27척을 나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