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거부하는 교원단체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가 교장공모제와 교원 다면평가제 도입방안을 확정, 발표하자 양대 교원단체인 전교조와 교총 모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원 다면평가제가 사실상 교원평가제의 전단계로 보고 ‘단호히 맞서 싸워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교총도 교장공모제가 교단안정을 해친다며 ‘백지화를 위해 총력 투쟁하겠다’고 천명했다.
교육의 이해당사자들이 정부 당국의 정책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담아 찬반을 논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어떤 개혁이든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이 극력 반대하면 실효성있게 추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동의와 설득이 긴요하다.
그 전제 아래서 주요 쟁점을 살펴보자. 핵심이 되는 교장공모제와 다면평가제 모두 당초의 안에서 크게 후퇴했음을 알 수 있다. 교장공모제는 시범실시 학교를 364곳에서 32곳으로 크게 줄인 데다 도입 결정권을 시·도교육청에 맡기는 바람에 실제 얼마나 시행될 지 불투명해졌다. 다면평가제는 교사에 대한 근무평가를 교장과 교감이 50%씩 행사하던 것에서 동료교사를 포함시켜 40:30:30 비율로 바꿨을 뿐 당초 10% 반영하려던 학부모와 학생의 참여는 배제했다. 전교조와 교총의 주장을 이리저리 끼워넣다 보니 어정쩡한 절충안이 된 것이다. 교육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이라고 부르기 어색할 정도가 됐다.
그런데도 두 교원단체가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것은 ‘기득권 지키기’ 아니면 ‘변화를 거부하는 몸짓’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모든 분야에서 공모다, 초빙이다 해서 외부인사를 활발히 영입하는 데, 이번 방안은 외부인사도 아니고 15년 이상 경력 있는, 단지 조금 젊은 교장을 뽑는 방안일 뿐이다. 교단 안정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교육은 계량화된 잣대로 평가하기 곤란하다’는 전교조의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모두가 교단생활에 열과 성의를 다한다면 평가할 필요도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외국에서도 교원평가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요즘 평가에서 자유로운 집단이 또 어디에 있는가.
어떤 형태의 평가든 무조건 거부하겠다고 하는 것은 결코 옳은 자세가 아니다. 그보다는 교육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평가의 틀을 마련하자고 목소리를 내는 게 바람직하다. 교사를 평가하는 교장·교감을 일선 교사들이 오히려 불신한다면 교장에 대해서도 다면평가를 하면 될 게 아닌가.
[경향신문 교육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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