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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代 법안들 개혁입법 이라더니…인권침해 조항 많다
영장없는 계좌추적·동행명령권 논란

윤정호기자 [email protected]안용균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 2004.07.25 17:55 36'

‘개혁의 목적이 반인권 또는 위헌적 수단을 정당화한다?’
17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 및 정부가 각종 개혁을 명분으로 발의한 법안 상당수가 인권이나 기업의 영업 비밀, 프라이버시 등을 침해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인신구속 영장주의, 사생활 보호, 직업선택의 자유 등과 충돌하는 조항이 숱하게 많다.

◆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논란

정부와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이 각각 발의한 ‘돈세탁방지법’은 2000만원 이상 등의 현금거래를 무차별적으로 보고하게 돼 있다. 이렇게 되면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금융거래비밀 보호법상의 금융거래 비밀 조항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 김희선(金希宣) 의원이 발의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은 현행법상의 ‘혐의사실 공표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기밀유지 조항’을 넣었다. 친일행위 조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혐의 내용을 공개하면 당사자의 인권이나 명예를 해칠 소지가 크다. 열린우리당 김영춘(金榮春) 의원이 발의한 ‘식품위생법’은 위해식품 판매자의 신상명세를 모두 공개토록 해 논란 거리를 제공했다.

정보통신부가 만들려는 ‘위치정보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개인의 현재 위치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어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다. 정통부는 본인의 허가를 얻도록 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둔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 재산권 또는 영업자유 침해 논란

열린우리당 장복심(張福心) 의원이 발의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위해식품사범으로 영업취소나 폐쇄명령을 받으면 영구적으로 같은 업종의 영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와 배치되고, 과한 제재라는 얘기가 나온다. 양승조(梁承晁) 의원이 전관예우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변호사법을 개정, 판·검사가 재조 활동 지역에서는 2년간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우려가 나온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 등은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에서 공직자 재산의 취득과정과 형성과정을 공개토록 하고 있다. 이는 공직자 및 그와 관련된 제3자의 재산권 또는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 형사처벌 남발 논란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과거사 진상관련법(친일진상규명법, 의문사진상규명법, 6·25이후 민간인희생사건 진상규명법)들은 일제히 영장 없는 동행명령제를 도입했다. 동행명령제는 현행 의문사진상규명법에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의 인신(人身)을 구속하려면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는 형사법 원칙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더구나 이를 거부할 경우 2~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조항까지 두려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나온다.

한나라당 원희룡(元喜龍) 의원은 의문사진상규명법 개정안에서 자료제출 등을 거부할 경우, ‘5년이하의 징역’등 신체형에만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의문사 관련 행위가 끝난 뒤 고발이 있을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했다. 처벌의 적정성, 법적 안정성 원칙 등을 둘러싸고 비판이 가능하다. 법무부가 과태료 미납 사범을 강제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추진 중인 ‘질서위반법’도 인신구속 및 형사처벌 남발이라는 비판의 소지를 담고 있다.

대한변협 김갑배 법제이사는 “동행명령같은 행정명령을 어겼다고 징역형 등을 가하겠다는 것은 무리”라며 “특히 사건에 대해 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계좌추적 등 경제관련 논란

공정거래위의 계좌추적권을 3년간 늘리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거래법을 개정해 최고경영자와 등기이사의 보수 등을 공개토록 하려는 데 대해선 “과도한 영업비밀 노출, 노사관계의 악화 등을 낳을 것”이라는 여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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