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가짜’ 논란을 빚었던 서울시 문건이 ‘진짜’로 밝혀졌다. 서울시가 행정수도 이전 반대 집회 참석을 독려한 ‘업무연락’을 일선 구청에 보낸 사실을 뒤늦게 시인한 것이다. 이명박 시장은 국회의 국정 감사 자리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받고도 사실이 아니라고 완강히 잡아 뗀 바 있다. 심지어 ‘증거’의 위조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해 진실을 가리자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진상이 밝혀졌음에도, 그 비도덕적인 행태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는 빛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 의회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일인 만큼 ‘관제데모’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시장은 “국정감사 이전에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여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구렁이 담 넘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시의회 요구에 따라 한 일인 만큼, 법을 위반한 일도 아니며 논란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대수롭지 않은 투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시장이 아직 시장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충분히 깨닫지 못한 데서 비롯된 망발이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거짓을 말했다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다.
이번 ‘가짜 공문 파동’에서 공직 사회에 만연한 ‘거짓의 일상화’를 확인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순간의 궁지를 벗어나기 위해 태연히 거짓을 말하고 진실이 밝혀져도 그대로 넘어가는 ‘거짓 불감증’에 대해 진지하게 곱씹어볼 일이다. 거짓은 진실을 덮는 부도덕한 일이자 만가지 불의의 뿌리다. 공직자의 거짓에 너그러운 문화는 바로잡는 게 마땅하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성실하게 사과해야 옳다. 문서 발송과 관련된 실무 책임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게 순리다. 국회에서 거짓을 증언한 일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정당성이 결여된 ‘관제 데모’ 자체보다 ‘거짓 증언’의 죄는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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