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황석영씨의 소설을 단 한 편도 못 읽었다. 이문열씨의 소설은 단편집과 장편소설을 합쳐서 열 권 남짓 읽었지만.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의 문장이 지닌 특색을 잘 모른다. 오로지 오늘 본 이 글만으로 중얼거릴 수밖에 없다.
이 사람이 쓴 아래 글을 차분히 읽고 느낀 것을 다섯 마디로 총평을 말한다면 이렇다.
1. '낑낑거리면서 썼군!'
2. '무척 조심하면서 썼군.'
3. '몹시 피곤한 상태에서 썼군.'
4. '김정일을 추켜세우는 말을 한 마디쯤 끼워 넣으려고 아무리 찾아보아도 찬양할 말이 단 한 마디도 떠오르지 않았군.'
5. '글에 [조선민주주의인민 공화국이여 영원히!]란 제목을 붙이려고 아무리 궁리해도 북한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란 것을 세상 사람들이 다 명백히 알고 있으니까 마지못해 김빠진 맥주 같은 제목 [문학은 하나다!]를 붙였군.'
***
1번과 5번 느낌이 가장 강함 ***
(제 1문단)
내가 1989년에 ‘무단방북’을 감행하고 나서 망명과 투옥을 겪었으며, 그야말로 합법적으로 처음 방북했던 것이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지난번에는 다른 사회단체들의 민간교류에 동행한 방문이었으니까, ‘문학적’인 합법적 방문은 이번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가 처음인 셈이다. 내가 처음으로 길을 열었다고는 감히 말할 자격이 없겠지만 남북의 문학적 소통에 다소 보탬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
…‘무단방북’을 감행하고 나서 망명과 투옥을 겪었으며 …
이 부분은 이 사람도 문익환 목사나 문규현 신부, 임수경 학생처럼 허영심 많은 사람임을 알게 해 준다.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것을 마치 생명을 건 대단한 모험을 수행하고 돌아온 것처럼 으쓱거리는 꼴이다.
'불법방북을' '무단방북'이라고 용어 바꿔치기를 하는 솜씨는 가상하지만, '감행'이란 단어를 쓴 것이라든가, '투옥을 겪었으며'라는 표현에서 이 사람의 영웅심리(허영심)가 돋보인다. 대한민국에서의 감옥살이는 북한에서의 감옥살이와 천지 차이라는 것을 안다면, 저 흔해 빠진 한국적 사이비 민주투사들이 자신의 감옥살이를 자랑하는 짓거리를 흉내내지는 말아야지 않을까?.
… 내가 처음으로 길을 열었다고는 감히 말할 자격이 없겠지만 …
참으로 유치한 자기 자랑이다. 겸손한 체하면서. ***
(제 2문단)
남북의 문학인 대회는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나서 한두 차례 시도는 되었지만 당시의 격동하는 정국 속에서 우선적인 일이 되지 못하였다. 그러니 사실상 일제(日帝)의 식민치하에서 우리 말과 글을 잃어버리고 살다가 분단된 채로 60년이 지나서야 처음 남북의 문학인들이 마주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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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할 구석이 없는 문단임 ***
(제 3문단)
흔한 말로 북한에 ‘문학이 존재하는가’하는 질문에 대하여는 우리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대답 이외에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다. 사회주의 중국의 예를 들어 말하자면 아무리 서구식으로 개방되었다고는 해도 엄연히 당의 검열이 있게 마련이고 모든 예술의 기본 바탕은 표현의 자유라는 점에서 그 한계를 지적할 수는 있겠다.
***
… 흔한 말로 북한에 ‘문학이 존재하는가’하는 질문에 대하여는 우리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대답 이외에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다. …
이 말은 다음과 같이 써야만 황씨의 정직성과 용기를 보여 주었을 것이다.
… 가끔 "북한에 과연 문학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듣게 되는데, 내가 보기에도 "북한에는 남한 수준의 자유로운 문학은 전혀 없다."라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다. …
… 모든 예술의 기본 바탕은 표현의 자유라는 점에서 그 한계를 지적할 수는 있겠다. …
이 말에는 노골적인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지식인으로서의 고뇌가 약간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본다. ***
■ 참고문 [문학은 하나다!] 全文(디지털조선일보에서 퍼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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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5년 7월 29일자 종이신문 A30면 게재
2. ( ) 안의 숫자(문단 표시)는 유장 전태수가 덧붙인 것임 ***
[특별기고] 문학은 하나다!
황석영·소설가
입력 : 2005.07.26 18:53 36'
(1)
내가 1989년에 ‘무단방북’을 감행하고 나서 망명과 투옥을 겪었으며, 그야말로 합법적으로 처음 방북했던 것이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지난번에는 다른 사회단체들의 민간교류에 동행한 방문이었으니까, ‘문학적’인 합법적 방문은 이번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가 처음인 셈이다. 내가 처음으로 길을 열었다고는 감히 말할 자격이 없겠지만 남북의 문학적 소통에 다소 보탬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2)
남북의 문학인 대회는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나서 한두 차례 시도는 되었지만 당시의 격동하는 정국 속에서 우선적인 일이 되지 못하였다. 그러니 사실상 일제(日帝)의 식민치하에서 우리 말과 글을 잃어버리고 살다가 분단된 채로 60년이 지나서야 처음 남북의 문학인들이 마주앉게 되었다.
(3)
흔한 말로 북한에 ‘문학이 존재하는가’하는 질문에 대하여는 우리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대답 이외에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다. 사회주의 중국의 예를 들어 말하자면 아무리 서구식으로 개방되었다고는 해도 엄연히 당의 검열이 있게 마련이고 모든 예술의 기본 바탕은 표현의 자유라는 점에서 그 한계를 지적할 수는 있겠다.
(4)
하여튼 나는 남한의 다른 문인들에 비해서는 북한 사회와 문인들을 조금 알고 있었으므로 동료들이 북한에서 받는 느낌과 인상을 객관적으로 곁에서 지켜볼 수가 있었다. 말로는 우리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거나, 우리는 문학만 가지고 충분히 소통할 수가 있다고 하지만, 곳곳에서 말로 인한 감정의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 서로의 생활 습관이 다른 데서 오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나오기도 했다.
(5)
강한 통제 속에서 수많은 정치적 쇼윈도 앞을 그냥 지나쳐 흘러다니면서 저쪽의 삶의 이면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저들 북쪽의 문인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시정(市井)으로 찾아가 주점에서 술잔도 기울이고 그들의 집도 방문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면 그야말로 하나된 문학적 체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러한 통제는 우리도 더하면 더했지 뒤지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으면서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절반쯤은 소박하게 참 어려운 모양이며 안되었다는 소감이고, 많은 사람들은 전보다 더욱 북쪽 사회의 모양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의 상황이 달라지고 풀려가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
(6)
어느 민족에나 타자에 대하여 성난 얼굴, 기쁜 얼굴, 싸우는 얼굴, 사귀자고 웃는 얼굴 등등 여러 가지의 얼굴이 있다면, 분단된 이래로 북은 민족의 한쪽 측면인, 주장하고 싸우는 역할만을 해오면서 지난 15년 동안 스스로를 소진시켜 왔다. 나는 그러한 흔적들을 오랜만에 만난 북쪽 문인들의 얼굴과 당국자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으며, 주민들의 행색과 무엇보다도 쇠락해가는 기념적 건물들에서 살필 수가 있었다. 내가 처음 방북했던 그때만 해도 통제는 너그러운 가운데 너나 없이 열정이 있어 보였다. 어찌 다 이 모든 속내의 말들을 글로 쓸 수가 있을 건가. 이 봉쇄를 버티는 가운데 저들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나는 북의 문인들을 대하면서 울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7)
그러나 우리가 너나 없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네 산하의 의연함과 아름다움이었다. 백두산 고원지대의 가없이 전개되는 가문비나무·분비나무· 입갈나무의 광대한 숲의 바다, 그리고 천지의 검푸른 남색, 운해(雲海)를 뚫고 떠오르던 일출(日出)과 마주보며 저물어가던 보름달, 흰 구름을 두른 남북 포태산 너머로 올망졸망 흘러내려간 고원의 산과 저 아득한 산맥 아래 어디쯤 있다는 개마고원의 연봉들, 거기서 우리는 우리의 구호인 “문학은 하나다!”를 외치면서 지상에서 정치가 제약한 모든 장벽들을 뛰어넘었다. 저무는 청천강 변에는 예전 그대로 벌거숭이 아이들이 헤엄을 치고, 어른들은 그물로 고기를 잡고, 저녁새는 깃을 찾아 날아갔다. 내일 어느 맘때 우리가 외친 슬로건이 삶으로 실현될 것인가.
(8)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갈길은 아직도 멀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우리의 ‘말’은 정말로 같은가. 그 말과 단어의 의미들이. 그러나 다르다면 동일한 언어의 의미를 문학 속에 실현해내는 일이 우리들‘분단시대 문학’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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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아(susannajg)
0 0 '우리민족끼리' 변종파쇼운동가로서의 자리매김 작업에 요즘 부쩍 서두르시는 백낙청옹께서, 고령 덕을 좀 보시는 건지, 일전의 금강산인가에서의 합작 군중대회를 통해 더욱 떨쳐 일어나시어, 어느새 김씨조선식 '통일전선'의 선동일꾼임을 자임하시는 듯 "'민족폭정'의 성업을 가열차게 치고 나갈 동지들에게 영광 있으라" 식으로 복창하시는 목불인견의 동선과 꽤 비교되시네요!(07/27/2005 17:37:39)
장금아(susannajg)
0 0 나름대로 시대와 경계를 넘어 국내외적인 '모순틀'을 온몸으로 겪어 내는 자라는 뭔가 집체창작한 듯한 분위기를 내뿜는 이미지를 민망하게도 그 스스로도 믿으며, 민족, 외세, 분단, 전쟁, 민주 등등의 시대담론의 전선 내지는 자가제작 사변의 결과물인 관념의 무릉도원에서 머무를 특권을 부여 잡은 채 최면술을 유포하는 길을 걸어왔던 전력을 고해하시는 중인가요, 황선생님?(07/27/2005 17:10:28)
안철현
1 0 문학은 하나다!라는 고매한 이상을 가지고 북에가서 결국 만난 그사람들이 과연 문학인이었는지 동원된 연기자들이었는지 조차도 알수 없었을 텐데.. 그들과 마셀 프루스를 논하지 못한 이유가 정부의 통제탓 이고 문화의 차이 였나? 자유세계 소설가로써 그런 북한의 현실이 황당하지 않던가. 결국은 얻은것은 금강산가서 손잡고 만세부른후 시적 감상을 느끼고 온것이 전부인듯한데?(07/27/2005 16:01:22)
안철현
0 0 체제 선전용이라는 목적을 떠난 순수 문학 자체가 북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이 문학인으로써 얼마나 갈등했을까? 에휴..."하면서 동정의 눈물을 찍어내는 그의 순진함이 어이 없다. 이사람 소설가 맞는가? 혹시 TV 아침 드라마 작가 아닌가? 문학이 무엇인지 모르고 평생을 산 사람들에게 자유 세계 문학인과 같은 갈등이 있다고 보는지? (07/27/2005 10:35:38)
한창수(hcsoo1)
0 2 이문열같은 작가가 정치놀음에 치여 작가적 상상력에 치명상을 입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문열의 정치참여는 일종의 오기에 지나지 않는다. 우파를 선택한 이문열은 한국의 지식인사회에서 거의 왕따를 당했다. 용기있는 일이었지만 이 점에 대해 역사는 높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문학사는 이같은 '경향'을 중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황선생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한다.(07/27/2005 07:52:26)
한창수(hcsoo1)
0 0 황석영 선생은 솔직담백한 분인데 분단문제만큼은 매우 껄끄러운 모양이다. 표현이 매우 절제되어 있다. 햇볕정책이 지속되어 온 이 사회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말이나 표현은 금기시되어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안면을 트게 된 북한사회에 대한 예의인가. 아니면 문학가로서 즉흥적인 가치판단을 유보하고 싶기 때문인가. 아니면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뛰어난 정치감각 때문인가.(07/27/2005 07:47:09)
한창수(hcsoo1)
0 0 눈을 뜨니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조선일보지면에서 황석영 선생의 글을 보게 된 자체가 뉴스다. 안티조선 하는 다른 지식인, 문인들도 이제 변하기 바란다. 그 분들의 마음이야 알겠지만 그런 태도로는 역사의 발전에 아무것도 기여할 수 없다. 이제 강준만, 진중권도 어줍잖게 '밤의 주필'같은 장난하지 말고 앞문으로 들어오기 바란다. 왜? 조선일보가 원고청탁 안하던가?(07/27/2005 07:43:03)
강박인
1 0 문학이 하나라고? 축구도 하나다. 회갑이 넘은 나이에도 튀고 싶어 몸살난 황석영의 이상한 넉두리 보다 아래 김혜원님의 수준이 훨씬 더 이성적이고 문학적 동기에서 조차 몇 수 위가 아닌가? 남쪽의 글쟁이들이 진정 "민족문학"을 찾아 나선다면 범죄적 정치인들이 벌이는 잔치판이나 기웃거리지 말고 무고한 사람 20만명이나 잡아 가두고 있다는 수용소나 가보지...(07/27/2005 02:08:05)
이용호(yhlee98)
1 0 꿈보다 해몽이 좋다.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불쌍한 인생들을 끌어안겠다고 해봐야 가슴에 생채기만 남는다. 감탄사만 남발하는 황석영류 소설의 원류답게 끝까지 자아도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고나. 소설이라기보다는 선전문에 가까운 장길산인지 뭔지는 아직도 팔아먹고있나? (07/26/2005 22:33:32)
박기병
0 0 황석영선생이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었나? 이렇게 두루뭉수리로 '가치관이 다르다'고? 우리의 누구와 북의 누구가 어떻게 가치관이 다르다고, 왜 평소의 입심을 감추고 슬쩍 넘어가나. 그 다름 속에 켜켜로 쌓인 아픈 이야기들을 고의로 간과하고. 그래놓고 우리는 하나라고? 선생. 차라리 아픈 상처를 긁어 덧내시오. 정직하게. (07/26/2005 21:32:47)
김혜원
6 0 제발 섣불리 따스하지 마시고 섣불리 아름답다 말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함부로 우리는 하나다라고도 하지 말아주세요...아주 돌겠습니다...하나도 하나스럽지 않은데 뭐가 하나라는 겁니까?? 별로 리얼하지 않습니다....ㅠ.ㅠ(07/26/2005 20:48:25)
김혜원
0 0 우리네 산하...의연하고 아름답죠...어떤 자연인들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마냥 의연하고 아름다움만 바라보는 그 시각이야말로 지나가는 길손의 무책임한 감상일뿐이란 거죠..'봉쇄를 버티는 저들'이라는 표현에서 이 글의 핵심을 보게 되는군요..산봉우리에서 구호 몇번 외친다고 과연 필자의 말씀처럼 지상의 모든 정치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도 있는 그런 게 바로 문학입니까?(07/26/2005 20:45:48)
김혜원
6 0 어째서 문학이 하나입니까...차라리 모든 삶은 다 처연하다 하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이문열의 문학과 황석영의 문학을 같다고 할 수 있습니까? 문학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지상에 萬명의 인생이 살아간다면 그럼 이 지상에는 萬가지의 문학이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하나도 아닐 뿐더러 인간의 삶도 한마디로 규정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너무 감상적이십니다.(07/26/2005 20:38:01)
이상봉(cosevic)
3 0 황석영 선생을 조선일보 지면에서 만나게 되다니---. 과거 동인문학상 심사대에 오른 것조차 불쾌해 했던 황 선생이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건전 보수로 변하고 있기에 황 선생이 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선일보와 황석영이 둘 다 앙금을 풀고, 서로 좁혀가는 가운데 아름다운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나 황석영이나 둘 다 자랑스럽다. (07/26/2005 20: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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